“내가 진정한 ‘반지의 제왕’이다.”테리우스 안정환(26ㆍ이탈리아 페루자)이 ‘반지키스’의 선배격인 스페인의 천재슈터 라울 곤살레스 블랑코(25ㆍ레알 마드리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둘은 22일 오후3시30분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4강 진출을 놓고 최전방 공격수로 맞붙게 된다.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꽃미남인 이들은 이번 대회서 각각 3골(라울)과 2골(안정환)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킬러’들이지만 골을 넣은 뒤 환상적인 ‘반지키스’를 선보이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안정환은 지난 달 스코틀랜드전에서 미스코리아 출신인 아내 이혜원(23)씨에게 진한 사랑을 전하는 ‘반지키스’를 골세리머니로 선보여 일약 ‘반지의 제왕’으로 부상했다. 그의 반지키스에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뜻한 사랑이 담겨있다.
우여곡절끝에 지난 해 12월 말 결혼한 안정환은 당시 갑작스런 소속팀 합류로 신혼여행조차 떠나지 못해 항상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있다. 더구나 아직 신혼인데 월드컵 때문에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졌다.
안정환은 항상 주변에 “결혼을 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아내의 존재에 언제나 감사한다”고 말하곤 했다. 아내 이씨는 그의 반지키스를 지켜보며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반지키스’에서 굳이 선후배를 따진다면 라울이 선배다. 스페인 최고의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는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왼손 결혼반지에 감격의 입맞춤을 한다.아내 마멘 산즈라에게 바치는 골 세리머니이다.
17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에 데뷔했던 천재소년 라울이 방황과 좌절을 겪을 때면 항상 곁을 지켜줬던 아내.
갑작스럽게 쏟아진 돈과 명예로 방탕에 빠졌던 그를 ‘마드리드의 신사’로 변신시킨 것도, 엄청난 이적료를 제시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혹을 뿌리치고 고향 마드리드를 지키게 한 것도 아내의 조언이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경기후반 1골을 뒤지던 상황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실축, 팬들로부터 신변의 위협까지 받았던 순간, 그를 지켜준 것도 아내의 따뜻한 위로였다.
최전방 킬러로 두 팀의 공격라인을 이끌고 있는 안정환과 라울. 과연 22일 광주에선 누가 먼저, 더 많이 반지에 키스를 하느냐에 8강전의 승부가 걸려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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