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 압승 이후 일손을 놓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재신임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을 관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나라당이지만 물밑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수권 이미지 강화를 위한 ‘포지티브 전략’의 구체안을 놓고 지도부와 이 후보 주변의 난상토론이 한창이다.한나라당은 지방선거의 승리가 스스로 잘 해서라기보다는 현집권 세력의 부패 등에 따른 반사 이익이며, 이런 흐름은 앞으로 민주당의 노력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19일 김홍업(金弘業)씨의 검찰 출두로 큰 고비를 넘고 있는 권력비리 규명 공세만으로는 6개월이나 남은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이 후보 본인의 강점과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 “왜 이회창이어야 하는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 흔들리지 않는 득표 기반을 확보하지 않으면 변화무쌍한 대선 정국 돌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상황 인식이다.
포지티브 전략의 핵심은 역시 정책이다. 그것도 과거 ‘100대 공약’처럼 백화점식의 정책 나열이 아니라 한가지를 내 놓더라도 유권자의 실생활에 확실히 다가가 이 후보 지지를 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이 후보의 전국 민생 투어를 해당 지역과 특정 계층을 겨냥한 정책 발표의 장으로 이벤트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한나라당의 취약 층인 20,30대를 위한 ‘화끈한’ 정책 개발을 긴급 지시했다.
이 후보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재검토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라는 현재의 구호는 이 후보의 정체성과 국정 비전을 선명하게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대 대선에서 내걸었던 ‘준비된 대통령’처럼 간결하면서도 집권의 당위성을 부각하는 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시민 공모 또는 전문가 의뢰를 통해 9,10월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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