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정권 시절 가장 가까운 우방이던 대만과 멀어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자유중국이란 국호로 부르던 시절에는 대만이란 호칭이 결례로 생각될 만큼 친밀한 관계였는데, 중국이 문호를 열고부터 사정이 달라졌다.중국과 수교한 이후 그 쪽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만과 단교한 것까지는 불가피한 외교 현실이었다 하자. 그러나 상대의 감정을 무시한 절교방법은 너무 무례했다. 그것을 빚으로 품지않고 실리만 찾다 이젠 원한을 사고 있다.
■지난 달 대만 영자지 타이페이 타임스에 실린 사설은 충격이었다. 친구가 대만의 지인에게서 팩스로 받은 사설에는 욕설에 가까운 천수이볜 총통의 불평이 실려있었다.
“햇볕정책 한다고 중국에 아첨을 떠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쾌하다. 한국은 대만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서도 선의를 보여주지 않는다”
한국에 호의를 갖고 있던 총통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것은 한국이 총통 부인의 입국을 거부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설의 논조는 더 과격하다. 한국이 수 많은 약속을 깼고, 국제기구 투표에서 반 대만 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일 등을 들어 한국의 배신사례를 열거했다.
서울-타이페이 직항로 복원 문제에 관해서는 ‘그런 촌스러운 요구’ 이니 ‘식민지나 식객 취급’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상호주의와 동등성 원칙을 강조했다.
연간 6,000만 달러인 대 한국 무역적자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라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이런 사실들이 분노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천 총통은 5월 9일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自由時報)와 자매지 타이페이 타임스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곳에 우리 특파원도 없고, 외교적인 관심도가 낮아 우리는 아직 그 사실도 몰랐다. 한 때 형제국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절친했던 두 나라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답답하다.
한국과 중국은 요즘 탈북자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공안들의 우리 외교관 폭행사건을 둘러싸고 자꾸 꼬이는 양국 갈등을 보면서 다시 읽어 본 사설이다. 형제국의 원망을 들어 가며 얻은 것이 겨우 이건가.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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