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그늘로 들어간다. 아예 숲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이다.안락하게 자연 속에 묻히는 방법. 자연 휴양림이 해답이다.
자연휴양림의 역사는 1989년 산림청이 대관령자연휴양림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이제는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개인이 운영하는 휴양림이 전국적으로 90개에 달한다.
조성 초기에는 ‘자연 휴양림이 아니라 자연을 파먹고 세워진 인공 구조물’이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정착된 느낌이다. 분위기 좋은 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강원 정선군)
삼한시대에 갈왕(葛王)이 피신하였다 하여 갈왕산이었다. 이후 발음이 변하면서 가리왕산이 됐다. 강원도의 첩첩산중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이다.
해발이 1,561m㎙에 이르지만 산록이 완만한 육산이어서 등산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능선에는 고산 식물인 주목을 비롯해 잣나무,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 각종 수목이 빼곡하다.
산삼 등 많은 산약초가 많아 예로부터 심마니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하다.
가리왕산에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인 남동쪽 산자락 회동리에 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다. 총 9,449㏊의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계곡 길을 따라 숲속으로 호젓하게 난 산책로가 매력적이다. 숲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큼의 폭이다. 위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고 공기가 상쾌하다.
약 4㎞로 1시간 정도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침 산책이 압권이다. 맑고 건강한 공기를 가슴으로 호흡하는 기분.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단체가 숙박할 수 있는 단독 숲속의 집 10동, 가족단위 방문객이 쉴 수 있는 14개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1동이 있으며 약 80개의 텐트를 수용하는 야영장이 갖춰져 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강원 인제군)
방태산은 원래 물 속에 있던 땅이라고 한다. 산 정상에 커다란 암석이 있었다. 정을 이용해 뚫은 구멍이 있는데 배를 묶어놓는 갈고리를 박았던 구멍이라고 한다.
전설일까. 그러나 바위 틈이나 흙 속에서 조개껍질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사실일 것 같기도 하다. 물 속에 있던 산이 어떻게 1,415m나 솟구쳤을까. 궁금증이 들기 시작하면 산의 모습이 다시 보인다.
방태산을 덮고 있는 나무는 대부분 활엽수이다. 피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등이 대종을 이룬다. 그래서 산의 색깔이 더욱 깊고 계절에 따른 변주도 일품이다.
구룡덕봉과 주억봉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이 있다. 이 물은 방태천으로 흘러들었다가 내린천에 섞인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이 계곡물을 끼고 조성돼 있다. 휴양림 산막 바로 앞을 흐르는 계곡이 가장 아름답다.
30~40명은 족히 올라탈 수 있는 너럭바위가 있다. 바위를 흐르던 물이 떨어지면서 폭포가 됐다. 단순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2단으로 떨어진다. 이폭포저폭포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있다.
10평짜리 방 8개가 들어있는 산림문화휴양관이 있고 청소년지구야영장, 숲 체험로, 생태관찰로 등이 조성돼 있다. 방태산 산행을 권할만하다.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축령산 자연휴양림(경기 남양주시)
축령산은 경기 남양주시와 가평군에 걸쳐 있는 해발 879㎙의 산으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 전 사냥을 나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해 산 정상에서 제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이라고 불리게 됐다.
경기도에서 직영관리하고 있는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잣나무 숲에 들어있는 시설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잣나무 산책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산림욕장, 산악자전거 코스 등 체육시설, 물놀이장, 야영장, 자연관찰장 등이 있어 가족단위의 휴양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주변에는 사계절 전천후로 활강을 즐길 수 있는 천마산 스키장, 풍부한 수량과 백사장을 갖추고 있는 수동계곡 국민관광지가 있다. 망국의 비운을 겪은 조선의 두 임금과 왕비가 묻힌 홍유능도 지척이다.
■미천골자연휴양림(강원 양양군)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전국 휴양림 중 통고산 자연휴양림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약 12만㏊. 물이 맑고 아름다운 미천골 계곡을 따라 약 7㎞ 구간에 걸쳐 펼쳐져 있다.
넓다 보니 볼 것이 많다. 선림원지를 우선 꼽는다. 선림원은 신라 법흥왕 때 지어진 절. 한때 많은 승려가 이 곳에서 수도를 했다.
쌀 씻은 물이 계곡물을 온통 뿌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미천골이다. 이제 절집은 없어졌지만 터 위에 4개의 보물이 남아있다.
삼층석탑(보물 제444호), 석등(445호), 홍각선사탑비 귀부와 이수(446호), 부도(447호) 등이다. 풀이 짙푸르게 자라있는 황량한 터에 남아있는 옛 흔적. 역사의 비장미를 느낄 수 있다.
불바라기 약수 시음도 빼놓을 수 없다. 약 4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겸한다.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임도를 따라 오른다. 임도에서 내려다 보는 계곡의 모습이 아름답다.
불바라기 약수는 폭포 중간에서 솟는다. 약수 맛도 중요하지만 양쪽에서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 자체가 장관이다.
숲속의집과 산림문화휴양관, 야영장, 오토캠프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글ㆍ사진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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