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이 한일월드컵의 최고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미국이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포르투갈을 3_2로 누를 때만 해도 이변 정도로만 여겨졌다. 특히 폴란드에 1_3으로 패해 ‘뒷문 턱걸이’로 16강에 진출하자 축구 팬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며 제쳐뒀다.
하지만 미국대표팀 어리나 감독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안방에서 치른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조차 16강에 그친 미국이 이번에는 강호 멕시코를 꺾고 8강전에 오른 것이다. 미국의 8강 진출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이후 72년만의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미국팀의 얼굴에는 만족의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8강에서 맞붙을 독일마저 내칠 태세다. 어리나 감독은 “행운이 아니라 우리는 세계 5위인 포르투갈을 물리쳤을 만큼 실력이 있다. 8강전에서 맞붙을 독일과는 3월 친선경기에서 졌으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8강전에서 맞붙을 독일은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독일의 루디 펠러 감독은 “멕시코가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선취골을 내준 뒤 서두르다 역습을 허용했다”면서 “미국이 당초 예상을 깨고 8강에 진출하는 등 까다로운 상대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특히 16강전에서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파라과이에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미국의 8강 진출이 기본기와 개인기 등 체계적인 교육과 선진축구 접목, 96년 출범해 정착단계에 접어든 메이저리그축구(MLS), 유망선수 수급시스템의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어리나 감독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선수들을 옥죄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스타일을 인정해줬고 선수 개인문제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흐트러진 조직을 일으켜 짜임새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스포츠 강국’ 미국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붐이 일어나고 있어 멀지 않아 미국이 세계 축구의 중심 세력으로 커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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