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무단진입과 한국외교관 폭행사건으로 드러난 중국의 일방주의적 행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중국 보안요원이 우리 영사관에 무단 진입했는지 등을 놓고 벌이는 한-중간 진위공방을 떠나, 중국의 행태와 접근방식이 매우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17일 중국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우리 언론사에 보냈다. 일국의 대사가 주재국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한국 외교부가 14일 李 대사를 불러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답변을 기다리면서 대응을 자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李 대사는 보도자료에서 “한국정부가 매우 무책임해 중국은 진일보한 교섭권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전달할 내용이었다. 우리외교부가 발끈한 것도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접근 방식이다. 중국은 사건의 본질인 무단진입 및 외교관 폭행 문제를 탈북자 문제로 상쇄하려는 듯하다.
공관 진입 등에 강경 대응할 경우 자칫 한국 공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20명을 비롯한 탈북자들의 처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노심초사하는 우리 정부의 처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건 발생 후 북한의 탈북자 조사단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중국 언론에서 흘러나온 것도 우연이 아닌 듯 싶다.
수시로 상대의 단점을 이용하는 외교현장에서 이런 접근은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또 30만명에 달하는 주중 탈북자의 동요를 우려하는 중국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한중 수교 10주년(8월24일)을 앞두고 한국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을 지켜보면서 ‘중국은 믿을 만한 이웃인가’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가 깊어지고 있다.
이영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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