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가 벌어질 때 마다 경기장 일대에서 최악의 휴대폰 불통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서비스와 동떨어진 수치를 제시하며 통화품질이 평소와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국내외의 관심이 쏠린 주요 경기의 경우 현장을 관람한 시민 대부분은 경기 전후 30분간을 포함해 약 3시간 동안 휴대폰이 먹통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월드컵 이동통신 대란
프랑스-세네갈의 개막전을 관전한 회사원 이모(52)씨는 “개막전의 멋진 광경을 가족들에게 설명하거나, 경기 도중 애매한 파울 장면에 대한 매스컴 해설을 알아보기 위해 10여 차례 집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단 2차례만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팀 경기가 열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14일 한국-포르투갈전을 관람한 모 이동통신사 직원 김모(43)씨는 “그날 밤은 인천 문학경기장만이 아니라 인근 부평 지역까지 휴대폰 불능지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월드컵 경기장 안팎에서 휴대폰 불통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수만명의 인파가 동일한 장소에 모여 통화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기지국에서 통신전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동통신사들의 임시변통 대응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은 전혀 딴판이다. 경기가 열려도 일대의 통화성공율이 평소와 다름없이 좋다는 것이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KTF측은 “각 경기장 내에 기지국을 설치해 높은 통화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포르투갈전 당시에도 인천 문학경기장 일대의 016, 018 휴대폰 통화성공률이 98~99%에 달했다는 것.
월드컵 후원사가 아니어서 운동장 밖에 2~3대의 차량 기지국을 임시 배치한 SK텔레콤과 LG텔레콤측도 같은 시간대에 각각 95~97%와 94%대의 통화성공률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이 통화중이거나 전화를 아예 받지 않을 경우 등을 감안한 소통률도 60%대로 평상시와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통화품질과 이동통신사들의 수치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발신음조차 들리지 않고 ‘서비스 불가’ 메시지가 나오는 통화시도의 경우 아예 수치에 잡히지 않는 통계상의 근본적인 맹점도 아울러 작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KTF 관계자는 “월드컵 경기장에 4,000명이 동시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통신인프라를 설치했기 때문에 016, 018 사용자는 시원하게 휴대폰을 주고받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동통신사들의 동떨어진 공방
더욱이 이동통신 3사는 서로 자사의 월드컵 통화품질이 우수하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소비자서비스와 무관하게 겉돌고 있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사간의 공방이 오히려 월드컵 경기장 통화대란의 일단을 시사하고 있다.
KTF측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이동차량 기지국으로 임시 변통한다 해도 사용자와의 거리, 스타디움이라는 거대한 장애물때문에 평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측은 KTF측을 겨냥, “제 아무리 장내 기지국을 확보했다 해도 수만명의 관중이 수시로 휴대폰 통화를 시도하면 한계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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