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민주당의 기류는 전날과 영 딴판이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재신임론과 교체론이 팽팽하게 맞서 파국의 위기감까지 감돌았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친노(親盧)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했다.아침부터 쇄신연대가 노 후보 조기 재신임론으로 바람을 잡자 곧 이어 최고위원 상임고문 연석회의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수용,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전날 후보교체론으로 기세를 올렸던 반노(反盧) 그룹은 이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전 9시께부터 시작된 최고위원 상임고문 연석회의는 두 시간여 만에 예상과 달리 쉽게 노 후보 재신임을 결정해 당 안팎을 놀라게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오늘 결론을 내 내일 당무회의에서 인준을 받자”며 조기 결론쪽으로 흐름을 몰고 갔다.
이를 받아 친노 진영의 이협(李協) 최고위원이 “노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며 선(先) 재신임을 주장했다. 조순형(趙舜衡) 고문,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 김원기(金元基) 고문,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 등도 잇따라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흐르자 비주류의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8ㆍ8 이후 후보 재신임은 당의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일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하자”고 신중론을 폈다. 김기재(金杞載) 고문도 “오늘 결정하지 말자”고 가세했다.
이에 김태랑 최고위원이 김기재 고문이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의 대선 경선 대책위원장이었던 점을 겨냥, “경선에도 끝까지 참여하지 않은 측에서…”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한 대표가 서둘러 나서 “오늘을 그런 얘기 하지 말자”며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근태(金槿泰) 고문, 정균환(鄭均桓) 추미애(秋美愛)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등 친노, 중도계열 참석자들이 차례로 조기 재신임에 무게를 실어줘 대세가 결정됐다. 전날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장했던 안동선(安東善) 고문은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한 대표는 최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을 주장한 김근태 고문과 단독 조찬회동을 갖고 노 후보 재신임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