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팀은 찬란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팀은 그런 역사를 만들고 있다.”18일 대전 발 AP 통신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또다른 외신은 이날 한국이 만든 것은 새로운 역사가 아니라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승전보를 스피드, 체력, 열성적인 응원 등 승리 요인과 함께 보도하던 외신들은 더 이상 그런 분석을 실을 여유가 없었다.
‘골든 골이 연 한국 축구의 황금기’, ‘월드컵 72년 만에 일어난 기적’, ‘60억의 쇼크’, ‘다시 패망한 로마 제국’….
외신들은 축구 변방국이 월드컵에서 3차례나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축구 제국을 침몰시킨 놀라움을 타전하기 바빴다.
외신들이인용한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팀의 승리를 4,800만 한국인이 한 염원으로 뭉친 결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외국팀 감독은 “한국 팀을 대회 마지막 날까지 경기장에서 보게될지 모른다”고 말해 4강을 넘어 결승 진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AP 통신은 “월드컵의 산 역사인 이탈리아는 한국의 새 역사 쓰기를 멈추게 할 것처럼 보였다”면서 “하지만 새롭게 밀려온 붉은 파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경기 전 히딩크 감독은 한국인들에게 기적을 기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 “그럼에도 붉은 악마들은 모두 기적을 원했고, 그 기적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전통적으로 슬로 스타터들인 아주리 군단은 이날 비로소 강호의 면모를 되찾아 초반에는 주최국에게 KO 펀치를 날린 것처럼 보였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4만 명의 열광적인 관중을 이기지 못했고, 한국팀은 곧바로 일어나 피 흘리는 거인을 거꾸러뜨렸다”고 전했다.
독일의 dpa 통신은 “오늘의 격정은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드라마”라고 감상을 담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아사히 TV 캐스터도 “한국, 오메데토(축하한다)”라고 외치면서 “여기에 와 중계를 맡게 돼 기쁘기 그지 없다”고 흥분했다.
아사히 해설위원들은 특히 “한국팀이 모든 면에서 이탈리아보다 앞섰다. 한국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2 캐스터는 “믿기 어려운 역전 드라마였다.
한국은 세네갈, 미국과 함께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라고 말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은 “이탈리아가 ‘급사’했다”고 타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놀라운 것은 비에리의 선제골로 1대 0으로 뒤지던 마지막까지 한국인들은 아무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신앙심에 가까운 이 믿음이 기적같은 역전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은 “월드컵 사상 한 팀이 두 번 이상 페널티킥을 실패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하지만 안정환이 골든 골을 성공시켜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BBC는 “한국에 넘치는 놀라운 낙관주의는 히딩크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면서 “한국인들은 이제 그를 16세기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共同) 통신은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은 월드컵 이전부터 평판이 높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공격에 투입하며 보여준 승부사로서의 면모는 새삼 명장(名將)의 지략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고 극찬했다.
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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