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히트곡은 뭐니 뭐니 해도 윤도현 밴드가 부른 붉은 악마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가 아닐까 싶습니다.TV만 틀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노래가 흘러 나오고 연예인이건 일반 시민이건 목이 터져라 불러 댑니다.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지요. 세살배기에서 팔십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이가 없는 그야말로, 국민 가요입니다.
‘오 필승 코리아’의 빅 히트가 예사롭지 않은 탓에 이 짧은 노래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윤도현이 돈 방석에 앉았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음반판매와 저작권을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오 필승 코리아’로 인해 직접 발생한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오 필승 코리아’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응원가라 저작권자인 작사, 작곡자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응원가의 공식 주체인 붉은 악마가 저작권자라 하겠지만, 음악 비즈니스에 익숙치 않을 뿐더러 대규모 응원을 계속해야 하는 붉은 악마는 아직 저작권협회에 등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공식 음반을 준비하면서 윤도현 밴드에게 노래를 의뢰했던 붉은 악마는 도중에 집행부가 바뀌면서 ‘오 필승 코리아’를 음반에 싣지도 않았습니다.
윤도현도 노래 덕에 ‘국민가수’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때문에 돈을 번 것은 별로 없습니다.
붉은 악마의 의뢰로 ‘오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 두 곡을 녹음해 음원을 가지고 있던 윤도현은 그 무렵 만들고 있던 라이브 음반에 ‘아리랑’만을 실었습니다.
“1분 남짓한 두 줄 짜리 노래가 이처럼 대박이 날 줄 누가 알았느냐”는 것입니다.
어느 음반에도 실리지 않은 ‘오 필승 코리아’는 당연히 저작인접권자도 없습니다. 따라서 어마어마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챙길 사람이 없는 무주공산인 셈입니다.
정말 희한한 경우이긴 하지만 어쩌면 구전 가요나 다름없는 ‘오 필승 코리아’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런 일일지도 모릅니다.
음반도 없고, 홍보도 하지 않는 ‘오 필승 코리아’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오직 온 국민의 뜨거운 응원 열기 때문이니까요.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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