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후보 교체론은 듣기 거북하다.작금의 교체론은 1997년 15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대한 교체론의 재판(再版)이다.
전후 사정은 다르지만 두 교체론의 논거가 “이 사람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으니 바꾸자”는 면에서는 똑같다.
97년엔 전당대회 경선으로 선출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아들 병역 시비 때문에 급락하자 일부 민주계를 비롯한 비주류가 들고 일어나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판세가 불리하니 수 만 대의원의 결정을 없던 일로 하자는 얘기였다. 이런 주장이 당시 경선 후보였던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경선 불복과 독자출마의 빌미가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여권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선에서 졌다.
민주당의 장래를 걱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론은 굳이 비교하자면 5년 전의 그것보다 더 설득력이 없다.
물론 6ㆍ13 지방선거 완패에 따른 민주당의 절박한 위기감과 자구의 몸부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 후보사퇴 요구의 취지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 후보는 당원 말고도 100만 명이 넘는 일반 유권자가 참여한 사상 첫 국민 경선을 통해 만들어 진 사람이다.
여기에 교체 목소리가 그렇게 서슴없이 나오는 것은 국민경선에 박수를 보낸 국민과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정략적 편의주의의 극치다. 이래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깊어진다.
민주주의는 승패보다는 절차와 공정한 게임의 룰, 그리고 승복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배웠다. 민주주의가 웬만한 수준에 올라 있는 나라의 대선에서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도중에 후보를 갈아치웠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명분 없는 후보 교체론이 두 번의 대선에서, 그것도 집권 세력쪽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데서 갈길 먼 우리의 정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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