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막강한 엔화의 위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예술품과 골동품 매입에 열을 올렸던 일본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아끼던 소장품을 내다팔고 심지어 일본 예술품들도 떠나고 있다.뉴스위크 최신호는 일본 기업들이 1980년대 구입했던 예술 애장품들이 국내외로 대거 팔려나가면서 일본인들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석유재벌 이데미쓰 코산(出光興産)은 70여년 간 수집해 온 명품들은 1억 1,600만 달러에 팔았다. 일본이 1980년대에 7,810만 달러라는 기록적 액수에 구입했던 르누아르의 ‘갈레트의 풍차’도 해외에 매각됐고 피카소, 반 고호, 샤갈 등의 그림 수백 점도 일본을 떠났다.
도쿄(東京)의 한 화상(畵商)은 마치 고가로 빌려 온 작품을 임대 기간이 끝나 돌려주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했다. 일본이 서양의 예술품 구입에 적극 나선 것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1980년대였다.
일본의 예술품들도 떠나고 있다. 에도(江戶) 시대의 우키요에(浮世畵) 목판활자 인쇄문자 400여개는 199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장에서 팔렸고, 가쓰시카 호쿠사이 족자는 경매를 통해 처리됐다.
지난해 6월에는 오사카 소재 해운재벌 만노 야스아키의 예술박물관 소장품 150점이 크리스티 런던 경매장에서 6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중에는 고검(古劍), 도자기, 서예품들이 포함돼 있다.
일본 문화청 관계자는 매각 대상으로 나온 보물급 예술품을 모두 구입하려면 국가 예산의 4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품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선 경제 회복이 유일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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