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17일 재신임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이날 민주당 최고위원ㆍ당무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전격 제시된 노 후보의 승부수는 ▦8ㆍ8 재보선 전력투구 ▦재보선 후 대선후보 선출 국민경선 재실시 수용 ▦당 지도부 인책 부적절 등 크게 세 가지다.
노 후보측은 “대선 후보로서의 기득권 포기를 약속해서라도 당의 표류를 막고 8ㆍ8 재보선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에 대한 당내 논의가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데다 여러 변수도 있어 노 후보의 구상이 당론으로 채택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8ㆍ8 재보선 전력투구
노 후보가 제시한 세 가지 카드는 사실상 재보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출발해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노 후보가 “시간 벌기 아니냐”는 공격을 예상하고도 8ㆍ8 재보선 이전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 문제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권력투쟁에 불이 붙으면 재보선은 물 건너 간다”는 생각에서다.
노 후보측에서는 한때 전당대회에서의 세 대결을 통해 재신임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새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재보선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더 우세해 진 결과다.
이에 대해선 노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 추세에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세 대결을 벌이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 후보가 8ㆍ8 재보선을 위한 당내 특별기구 구성까지 제안한 것은 이번 재보선을 자기의 컬러에 맞게 치러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후보로서 그의 충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재신임 국면이 당내 파벌간 투쟁 양상으로 번진 상태에서 어떻게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국민경선 재실시 수용과 정계개편
재보선 이후 당 밖의 외부인사까지 영입해 국민경선을 다시 실시할 수 있다는 대목은 잠재적으로 더 큰 파괴력을 갖는다.
이는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제3후보의 영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당내 일부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문호개방에 의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노 후보로서는 재보선 이후 기득권 포기와 관련된 정치일정을 밝혀 놓지 않고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후보 교체론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음직 하다. 물론 그것이 재보선 이후 현실화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노 후보는 재보선 결과 여하에 따라 재신임을 받을 지, 아니면 국민경선을 실시할지에 대해선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보선 성적이 나쁘지 않을 경우, 재신임 문제의 처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의 외연확대 주장은 일관되게 나오고 있어 문호개방 카드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인책 부적절
노 후보는 “당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를 임시 비상대책기구로 대체할 수 없다”며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인책론에 반대했다.
노 후보는 인책론 반대의 의미가 한화갑(韓和甲) 대표체제의 유지가 아닌 집단지도체제의 유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당내 역학 구도상 노-한 연대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일괄사퇴 주장이 상당히 거세게 제기됐기 때문에 국민경선 재실시 수용과 함께 노 후보의 지도부 방어가 일괄해서 추인을 받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노무현 일문일답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신의 8ㆍ8 재보선 이후 국민경선 재실시 수용 제안에 대해 거듭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_ 시간 벌기 또는 정치적 술책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그런 의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재신임을 받든, 국민경선을 다시 하든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 꼼수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
후보직을 두어 달 더 유지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 8ㆍ8 재보선 보다 지금 후보 교체 문제가 중요하다면 지금 당장 해도 좋다.”
_ 노 후보가 제시한 방안에 당내 이견이 있다면.
“나는 나름대로 강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고 이제 당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_ 재신임 문제 처리를 8ㆍ8 재보선 이후로 넘기자는 주장의 이유는.
“재보선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물리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세 대결을 벌인다면 재보선은 표류한다.”
_ 8ㆍ8 재보선을 위한 특별기구 구성을 제의했는데.
“특별기구의 장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무에 올라갈 때는 누가 밑에서 흔들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확인해야 한다.”
_ 지도부 인책 부적절론은 한 대표 체제 유지를 의미하는가.
“후보 재신임 문제 등 당내 현안을 주관해야 할 당의 중심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_ 국민경선에서 당선됐는데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법적 권리만 갖고 버틸 때 당이 답답해 한다. 정치적 상황을 외면하지 않겠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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