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굶주려 “항상 배가 고프다”는 거스 히딩크(56) 한국감독은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를 사냥감으로 택했다.그는 멕시코와의 16강전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세계적인 강팀에 더욱 군침을 흘리는 미식가의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는 실체는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지오반니 트라파토니(63) 감독의 화려한 명성이다. ‘진짜 명장이 누구인지 자웅을 가리자’는 히딩크 감독의 정면 도전인 셈이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지도자들
현역 시절 히딩크 감독이 평범한 미드필더로 활약한 반면 트라파토니 감독은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비수 출신으로 화려한 명성을 날렸다.
AC밀란을 2차례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1963년 브라질과의 경기서는 펠레를 마크하며 이탈리아에 3_0 승리를 안기기도 했다. 그의 명성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축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히딩크 감독에게도 흠모의 대상이었다.
74년 AC밀란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한 그는 유벤투스를 6연속 이탈리아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등 유럽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표팀 지도자경력으로는 98년 프랑스월드컵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선배격이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2000년 유럽선수권이 끝난 뒤에야 아주리군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치열한 두뇌게임
히딩크 감독은 트라파토니를 “여우만큼 영리한 감독”으로 평가한다. 두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며 독특한 작전지시를 내리는 그는 경기 중 수 읽기는 물론 치밀한 전략, 고도의 신경전에 능한 실용주의적인 감독이다.
그러나 48년 동안 월드컵서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16일 트라파토니 감독이 비밀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히딩크 감독은 8강에서 맞붙게 될 스페인과 아일랜드전을 관전하며 이탈리아의 벤치를 교묘히 자극했다.
창과 방패 두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은 상극이다. 히딩크 감독이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반면 트라파토니 감독은 수비수 출신 답게 안전제일의 수비 축구를 선호한다. 18일 16강전서도 두 감독의 상반된 스타일은 그대로 드러날 전망이다.
히딩크 감독은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밝힌 반면 트라파토니 감독은 “홈관중의 응원을 업고 있는 한국의 빠른 경기운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예고했다.
대전=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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