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실시된 제3차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였다.그러나 유권자도, 후보자도, 정치권도, 언론도 모두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어 지방자치가 거의 실종된 양상을 보여준다.
지방자치를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부른다. 주민의 참여가 지방자치의 핵심이고 민주주의의 힘이 여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위한 주민참여의 첫 번째 마당인 지방선거에서, 이번에 기록한 역대 최저인 50%를 밑도는 투표율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지방선거인가를 심각하게 자문하게 한다.
또 선거 과정이나 투표 결과를 보더라도 6·13 지방선거는 지역 살림을 꾸려갈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나 대통령 예비선거용으로 치러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지방선거의 실시 시기가 국정운영의 중간 평가적인 의미를 지니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부정과 거부가 비록 민심(民心)을 표현한 것이라 해도, 이처럼 지방선거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중앙 정치권을 심판하는 수단으로만 특징지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런 사태라면 지방선거의 정당 참여는 지방자치의 내실을 위해 재고될 필요가 있다.
투표율 하락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표성의 문제이다.
주민의 폭 넓은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대표라 할 수 없기에 이렇게 낮은 투표율을 보인 선거에서 선출된 당선자의 대표성을 찾기란 옹색할 수밖에 없다. 단체장의 결선투표제가 논의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또 하나. 선거 무관심이 낳는 큰 문제는 통제기능의 약화, 즉 대표의 책임성을 묻지 않게 되는데 있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주민대표가 제대로 공직을 수행했는지 심판하는 의미가 있다.
평가 받지 않는 대표란 민의(民意)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대표를 선출하는 행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주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통제 속에서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의 조속한 제정과 주민소환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참여 역시 학습과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지역 현안을 주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고, 부패하거나 무능한 공직자를 중간에 해직할 수 있는 주민통제가 가능할 때, 참여를 강조하는 지방자치의 의미가 현실감 있게 다가설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그런 점에서 두 가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실험의 장이기도 하였다. 정당공천의 경선제와 광역의원비례대표의 정당명부투표가 그것이다.
경선제 도입은 정당 공천의 민주적 절차 확보를 통하여 당내 민주화와 지역의 의사에 반응하는 정당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 물론 이번 경선 과정에 드러난 잇따른 잡음과 불공정 시비, 경선 번복 등은 경선제가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한 통제기제로서 작동하는데 아쉬운 한계를 보여준다.
특히 정당 공천이 당선에 직결되는 지역주의 선거 환경에서 실질적인 선택은 공천 후보의 선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공천 과정에서 민의가 폭 넓게 반영되는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주민참여 확대의 경선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희망은 크다. 정당명부투표의 실시로 나타난 여성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의 대약진은 지방자치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단 지역 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한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현행의 10%의 의석 수는 더 늘려야 하며, 5%의 득표 요건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주민의 대표성과 주민의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황아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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