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반등 시도를 거듭하자 전문가들은 “한ㆍ미 증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차이로 탈동조화(decoupling)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 증시의 약세기조가 계속된면 국내 증시도 반등탄력을 회복하기 쉽지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부각되는 탈동조화 현상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나스닥지수 1,500선 재붕괴 등 뉴욕시장 혼조에도 불구하고 장중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다 장막판에 소폭 하락했다. 나스닥지수가 2.19%나 급락하며 8개월래 최저치(1497.18)를 경신한 12일에도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7.73포인트나 올랐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동향을 분석해 보면 탈동조화의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이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4.11%, S&P500지수는 5.02%, 나스닥지수는 무려 7.28%나 하락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는 3.35%, 코스닥 지수는 3.75%나 상승하며 지수 800선을 탄탄히 지켜냈다.
세종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4ㆍ5월 조정 양상 뒤에 이달 들어서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른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곧 한ㆍ미 증시 차별화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증시 주변상황 차이가 차별화 이유
한ㆍ미 증시 차별화 가능성은 주변환경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경우 투자 및 고용회복이 늦어져 일부 기업을 제외한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실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또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약세가 자본유출과 물가압력을 부추기는 데다 엔론사태에 따른 투자자들의 시장 불신도 여전하다.
반면 국내 기업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호전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원화 강세의 악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6월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12일까지 466억원으로 5월의 8,100억원 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굿 뉴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2개월여에 걸친 국내 증시의 조정은 단기급등에 따른 보폭조절 성격이 짙다”며 “최근 펀더멘털에 비해 충분한 조정이 이뤄졌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자 미국시장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투증권 최정식 연구원도 “미국은 주가의 고평가 우려가 여전하고 2분기 기업실적 회복 전망치도 한자리 증가율로 낮아졌다”며 “국내 기업 실적에 바탕한 한ㆍ미 증시 차별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탈동조화는 시기상조 목소리도
그러나 탈동조화를 말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올 1, 2월 나타났던 한ㆍ미 증시간의 차별화가 내수에 기반한 국내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향후 추가 반등은 수출 회복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과 미국 증시 상승이라는 모멘텀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시장만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시장은 모멘텀 부재라는 문제점을 안은 채 실적 개선 업종 중심의 저점 향상 과정이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천대중 연구원도 “국내 증시의 추세 상승을 위해서는 미국 시장의 바닥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최근 한ㆍ미 증시 차별화는 우리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정도의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내용”이라고 경계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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