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빗장수비를 열어 젖혀라.”‘카데나치오(자물통)’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은 월드컵 3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조별 리그 3경기를 거치며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는 치명적인 허점들을 노출했다.
이탈리아 수비의 아킬레스건은 주전들의 노령화. 파울로 말디니(34ㆍAC밀란), 파비오 칸나바로(30ㆍ파르마), 크리스티안 파누치(30ㆍAS로마) 등 주전 수비진이 후반 20분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크로아티아전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28분과 31분에 잇따라 골을 허용, 2_1로 무너졌다. 또 미드필드진이 취약,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 노장 수비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비의 핵 칸나바로가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뛰지 못하고 센터백 네스타도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월드컵에 4번째 출장하는 세계 최정상급 수비수 말디니도 예전의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 이들을 대신할 만한 신예 수비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수비 불안이 미드필드까지 전이되는 ‘설상가상’의 약점도 드러냈다. 일자 스리백을 기본으로 수비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측면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세, 5백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오히려 상대 공격수에게 침투공간을 내준 꼴이 됐다.
이 때문에 3차전인 멕시코전서 4백라인으로 수정했지만 멕시코 공격진의 짧은 패스에 더욱 힘없이 무너지는 ‘자충수’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탈리아 기자들은 “체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허리에 포진시켜 미드필드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면 수비진까지 저절로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공격수보다 한국의 빠른 미드필드진이 무섭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천안=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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