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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이탈리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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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이탈리아도 없다"

입력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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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 나라 맞아?"14일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 대표팀의 플레이는 거의 완벽했다. 선수 한명 한명의 몸놀림이 너무나 경쾌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우리 선수들은 무승부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거세게 포르투갈을 몰아붙였다.

후반 25분 박지성이 그림 같은 결승골을 성공시켰을 때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펠레가 스웨덴월드컵 때 터뜨린 골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우리는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물리치고 당당하게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그런데 나는 상대가 겨우 아홉 명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열 한 명이 모두 뛰었어도 얼마든지 통쾌하게 이길 수 있었는데…).

경기가 끝난 뒤 너무나 슬퍼하는 피구, 콘세이상의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이 아팠지만 그러나 이런 것이 승부의 세계가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꿈만 같은 월드컵 16강이다. 나는 그 동안 우리 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30% 이하라고 주장해왔다 (이제부터는 "3할 타자가 얼마나 잘 치는데?" 하며 변명을 해야 할 판이다). 그만큼 어려워 보였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훌륭하게 이루어낸 히딩크 감독과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그리고 그 동안 여러 가지 비난과 트집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을 끝까지 믿고 뒷받침해준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드린다.

우리는 포르투갈과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겼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우리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으며 축구팬들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그래도 난 한 가지만 더 바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이젠 할만큼 했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만한 멋진 경기를 남겨주었으면 한다(내가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16강전에서 만날 상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구구하게 설명할 것도 없는 '강력한 우승후보' 이다. 그러나 우리는 피구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도 확실하게 이겨버린 팀이다. 이탈리아라고 겁날 게 없다.

우리가 그날 경기한 그 모습처럼 당당하고 자신있게, 부드럽고 침착하게 경기를 한다면 우리는 이탈리아를 넘어서서 다시 한번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멋진 경기가 기대된다.

지금 내 귀에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서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 떨고 있냐?"

강석진 고등과학원 수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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