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시장에 돌발 악재가 발생, 시장이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11일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대상 32개 단지의 용적률을 200%로 결정하는 바람에 이 일대는 물론이고 재건축 시장 전체에 큰 파장이 밀어 닥치고 있다.
재건축 소문만으로도 급등하던 아파트 가격에 당장 급제동이 걸리는 등 재건축 사업들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시장 비상
당초 250% 이상의 용적률을 기대하던 개포지역 재건축 조합과 조합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용적률 감소로 그만큼 재건축 아파트 가구수가 줄어 개발이익도 줄고 조합원들이 내는 추가부담금이 크게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1,970가구로 구성된 개포동 시영아파트의 경우 용적률 250%가 적용되면 24평형 444가구와 32평형 661가구 등 2,197가구를 지을 수 있지만 200%에서는 1,747가구로 가구수가 지금보다도 줄어든다.
또 용적률이 10%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가구당 추가부담금은 평균 1,500만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용적률이 250%에서 200%로 낮아지면 가구당 추가 부담액이 7,5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사업추진이 어렵게 되자 개포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개포주공4단지 13평형의 경우 올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최근 2억9,000만~3억원까지 오르던 것이 서울시의 용적률 발표 이후 상승세가 멈추었다.
인근 양지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용적률 250%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어서 앞으로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아직 급매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가격동향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지구의 용적률 제한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동구 고덕, 둔촌동 저밀도지구 아파트 단지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용적률 200%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하락 등의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사업추진에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대부분 전문가들은 용적률 제한이 재건축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집마련 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용적률 제한과 함께 안전진단도 강화돼 사업진행 속도가 느려지는 등 차질을 빚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사업성이 전혀 없어 재건축 추진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가 4월 구성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단’은 재건축을 추진해온 상당수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 대신 개ㆍ보수 판정을 내리는 등 재건축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
재건축 시장의 위축은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아파트가격 급등의 발원지가 재건축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 자금 줄기가 바뀌어 신규 분양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공산도 있다.
그러나 주택 공급물량 확대가 시급한 마당에 재건축마저 위축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서울지역 동시분양의 경우 재건축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장 공급이 줄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 사장은 “줄어드는 재건축 공급물량 부족을 대신 충당할 수 있는 택지개발지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개발지구로 예정된 마곡, 문정지구 등의 사업승인을 빨리 풀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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