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승이다.” 15일 월드컵 16강전 첫날 경기에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온 잉글랜드와 독일이 8강 진출에 성공하자 양국 국민들은 마치 우승컵을 손에 쥐기라도 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프랑스를 물리치고 올라온 덴마크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이날 점심 런던의 펍(선술집)과 가정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 구름처럼 모여든 영국 국민들은 잉글랜드가 골을 터뜨릴 때마다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조 예선에서 3경기에 2골을 기록하는 극심한 골 가뭄으로 가슴을 애태웠던 것과는 달리 전반에 일찌감치 3골을 성공시키는 시원한 경기를 선보이자 영국 국민들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36년만의 우승도 가능해졌다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영국 전역의 3만5,000여개 펍들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승리감에 취해 이날 경기를 전후해 3,500만 파인트(1파인트는 약 600㏄)의 맥주를 먹어치워 신기록을 세웠다. 영국의 BBC방송은 “주장 베컴의 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가 눈부신 쇼를 보여주면서 90년 이후 12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결과를 반영, 영국의 스포츠 베팅업체인 윌리엄 힐은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을 11대2에서 4대1로 상향 조정, 브라질에 이어 2위권에 올려놓았다.
한편 8강에 가장 먼저 진출한 독일에서도 우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0분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독일 축구팬들은 경기 종료 직전 올리버 노이빌레가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키자 서로 부둥켜 안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일간지 빌트 온라인은 90년 월드컵 16강전에서도 독일은 모로코를 맞아 경기 후반 43분에 로타르 마테우스가 결승골을 넣어 8강에 진출했으며 그 후 독일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번에도 당시와 똑같이 16강전에서 후반 43분에 결승골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독일 국민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 개막 이전에는 독일팀이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이 7.7%에 불과했으나 조 예선이 끝난 상황에서 다시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결승 진출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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