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9ㆍ11 테러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9ㆍ11 당시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테러라는 경제외적 변수가 작용했던 지난해와 달리 모든 경기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신뢰성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가 더 이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흡인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단기 지표가 좋지 않더라도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굳게 믿어 온 소비자들의 심리적 이탈 현상이 미국 경제의 장래를 한층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14일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 체감지수는 90.8을 기록, 96.9를 나타냈던 지난달보다 무려 6.1 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낙폭은 테러가 발생한 지난해 9월의 전달대비 9.7 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치다.
5월 산업생산성 증가율도 0.2%로 전달 0.3%에 비해 둔화했다. 비록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나가긴 했으나 다섯달 동안 가장 낮은 오름세라는 점에 분석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소비심리의 굳건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저소득층의 경기체감지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을 가장 당혹케 하는 부분이다.
미시건대는 상위 소득자보다 연 5만 달러 이하 저소득층의 체감지수가 특히 낮아지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경제가 낙관적이라는 견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가폭락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받는 저소득층의 인식에 힘입은 바 컸다.
따라서 이들마저 무너진다면 이는 곧바로 가계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업투자의 연쇄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달 생산량을 4월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업계의 판매부진이 계속될 경우 추가 감산도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를 이끌 특별한 주도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미국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유럽은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비롯, 네덜란드 등 북유럽국가의 부진한 국내수요로 예상했던 것보다 미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유럽증시는 경기회복이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감에 기술ㆍ통신주를 중심으로 사흘째 하락,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1ㆍ4분기 1.4% 성장했다는 정부측 발표가 있었지만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가늠케하는 설비투자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정부당국의 판단은 “신기루” 일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 금융당국이 부도사태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증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일본 경제 역시 앞날을 점치기 힘든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브라질 금융시장의 이상기류, 달러 약세에 따른 미국내 자본이탈 가능성 등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가 닥쳐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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