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대사관 영사부에서 보호받고 있는 망명 희망 탈북자 18명은 잘 먹고, 서로 잘 어울려 지내며 궁극적으로 한국땅에서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이들은 지난달 23일 최모(40)씨를 시작으로 7차례에 걸쳐 영사부에 들어왔다. 가족도 있고 혼자 온 사람도 있다.
한중 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데다 13일 중국 공안의 한국 외교관 폭행 사건까지 발생, 영사부는 당분간 이들을 계속 수용해야 할 것 같다. 영사부에는 영사 11명과 업무 보조원 등 41명이 근무하고 있다.
영사부는 여직원 휴게실, 회의실 등을 탈북자들에게 제공해 남녀가 따로 생활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접촉 인사도 제한하고 원하는 것은 가능한 한 들어주고 있다. 임산부와 소화불량, 심리가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의사가 수차례 왕진 검사를 했다. 식사는 인근 한식당 등에서 도시락, 비빔밥, 설렁탕 등을 하루 세 번씩 주문해 제공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카드놀이를 하거나 서로 얼굴 익히기 등으로 소일하며 이동식 침상에서 자고 있다.
9일 어머니 정모(24)씨와 함께 진입한 두 살짜리 이모군은 영사부 내 마스코트가 됐다. 이군은 원기도 왕성하고 붙임성이 좋아 영사부 직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13일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군은 푸른 멜빵 바지에 흰옷을 입고 맨발로 영사부 청사 내를 누비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들의 요즘 소일거리는 월드컵 관람이다. 영사부는 TV를 구입해 비치해 주었고 카드 화투 바둑 장기 신문 잡지 소설 등도 제공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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