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공관 침입 및 공관원 폭행 사건에 대한 중국측의 1차 반응을 본질을 흐리고 훼손하는 ‘물타기’로 규정, 추가대응을 검토 중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외교부는 15일 중국의 전날 대응을 두 부분으로 나눠 분석했다. 당국자들은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을 중국 공안이 초소로 데리고 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 외교관들이 나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대변인의 발언을 사건의 핵심인 중국측의 한국공관 무단 진입 사실을 덮으려는 물타기로 해석했다.
또 한국의 요청을 받은 중국 보안요원들이 탈북자 원모(56)씨를 끌어냈고, 지난달 23일 탈북자들이 한국공관에 진입한 이후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공관진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었다는 등의 중국 주장을 한국내부의 균열을 노린 심리적 계책으로 간주했다.
한 당국자는 “탈북자를 전원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한데도 중국은 이런 주장을 밝히면서 우리의 내부 교란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중국에 맞서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얼마든지 규명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추가 대응을 고려중이다. 그 방안으로는 중국 보안요원의 한국 영사부 건물 내로 진입한 장면을 목격한 증인의 증언 공개, 사건 실체에 대한 한중 공동조사 제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다며 이 같은 카드를 쓰는 데 대해 신중하다. 중국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국제적으로 비등하는 대중 비난 여론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고, 김항경(金恒經) 외교차관이 리빈(李 濱)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전달한 사과요구 등 우리의 요구에 대한 중국측 답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신중함은 또 이번 사건에서 얻어낼 우리의 협상 목표와도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 한 당국자는 “우리 공관에 불법 침입하고, 우리 공관원을 다치게 한 중국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북자 문제에 대한 소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맞물려 있는 한국공관 내 탈북자 17명과 원씨의 한국행 문제는 물론 향후 한국공관의 탈북자 진입문제 해법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강약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가 사건의 책임 소재를 묻어버리고, 흐지부지 종결시키려는 중국측 의도에 부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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