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이기고 있다는 사실은 너희들만 알고 있어라.”0-0으로 전반을 마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와 유상철을 따로 불렀다. 그는 이들에게만 폴란드가 미국을 2_0으로 이기고 있다는 사실을 살짝 알려줬다.
폴란드가 미국을 이길 경우 한국이 포르투갈에 지더라도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하프타임 때 홍명보와 유상철에게만 귀가 번뜩일 만한 사실을 알려준 것은 팀내 맏형으로서 상황에 알맞게 경기를 조율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후반 25분 박지성의 선제골이 터지자 홍명보와 유상철은 동료들에게 ‘폴란드가 승리할 것 같다’는 희소식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자신감 있게 경기를 더욱 지배하라는 히딩크 감독의 전략이었다.
16강 고지를 단 한 결음 남겨놓았다는 긴장감 때문인 듯 히딩크 감독은 전반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잠시도 벤치에 앉지 못하고 쉴 새 없이 팔을 휘저으며 작전 지시를 내렸다.경기 주도권을 쥔 한국 선수들의 작은 실수에 대해 오히려 큰 소리로 꾸짖었다.한국 축구사를 다시 쓴 세번의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는 완전히 '국민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코치진과 포옹하며 자축하는 동시에 패배한 포르투갈 선수들 개개인에 위로의 악수를 건냈다.
인천=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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