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계는 지금 ITV디지털의 파산으로 야기된 디지털 방송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방송규제기관인 독립텔레비전위원회(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는 ITV디지털이 반납한 방송 면허권을 새로운 방송사업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입찰 일정을 공시한 상태이다.
과연 어느 방송사업자가 ITV디지털을 인수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BBC와 ITV, 채널4, 채널5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사업자 어느 누구도 선뜻 ITV디지털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BSkyB의 루퍼트 머독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영국 방송계.
결국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위기에 처한 디지털 방송의 구세주로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BBC 사장 그렉 다이크는 ITV디지털을 유료 서비스가 아닌 무료 서비스로 대체시키자는 주장을 해 영국 방송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해법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유료TV로 정착시키려고 한 바 있는 영국 정부의 디지털 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인 다이크의 파격적인 주장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디지털 방송 등 3개의 유료TV 시스템이 공존하기 어려운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졌다.
그래서 다이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실제 어느 나라에서도 3개의 유료 TV 서비스들이 함께 생존한 경우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유료TV로 면허권을 판매하려던 독립텔레비전위원회는 지난 주에 갑자기 입찰 일정을 연기했다. 원래 방송사들은 5월 30일까지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공식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일정이 2주 연장된 것이다.
위원회는 연기 사유를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사업자가 많고, 이들에게 자세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다이크 사장의 획기적인 주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영국 정부와 규제기관이 BBC 사장의 제안을 선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호석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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