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와 남학생 제자의 사랑을 다룬 MBC-TV 드라마 ‘로망스’(극본 배유미, 연출 이대영)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군현)는 10일 MBC를 공식 방문해 드라마가 교권을 떨어뜨리고 모방 심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일부 미디어 비평가들은 지상파 TV의 공공성과 청소년 보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가진 매체 특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청소년의 의식과 판단력을 어른 잣대로 재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황석근 대변인과 문화평론가 전윤호씨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반대 / 황석근 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여교사가 숙박부에 이름을 기록하고 열쇠를 받아 여관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이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상상을 하겠는가.”
황석근 대변인은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이 염려의 수준을 넘는다는 입장이다.
교총이 나서면 오히려 홍보 효과가 생긴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사에 입장을 전달한 것도 드라마 일부 내용이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남학생 제자는 여교사에게 교실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남학생을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교사를 연적(戀敵)으로 여기면서 애정의 삼각관계를 벌이게 된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이 자극적 매체에 익숙하고 지적, 신체적 성숙이 빠르기 때문에 과거 시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학교라는 교육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탈 된 장면은 청소년에게 남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학교는 지식과 도덕을 전수하는 공간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
그는 사제간 연애가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고 드라마가 이를 소재로 삼을 수는 있겠으나 ‘로망스’는 본말을 전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승이 교육자로서 헌신적으로 제자를 가르치다 사랑이 싹트는 구도가 아니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남녀간 사랑에 초점을 두고 있고 사제 관계는 감각적이고 말초적 흥미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 받아야 하겠지만 드라마가 학교를 소재를 다룰 때는 기성세대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찬성 / 전윤포 문화평론가
전윤호씨는 TV드라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입장이다.
“시청자가 TV드라마에서 얻으려는 것은 재미이지 교훈이 아니라는 점이 전제돼 있다. 남녀간 애정문제를 다루는 TV드라마 시청자가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것이라 믿는다면 청소년이나 일반 대중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는 오락 매체 종사자에게 엄숙주의를 강요한다면 드라마 흥미가 떨어지고 방송매체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스로가 편협 된 사고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금기가 많다. 그렇게 따진다면 추리소설은 살인을 조장하니까 금서로 지정해야 하고, 폭력을 다룬 액션영화나 사회의 그늘을 다루는 범죄고발 프로그램도 모방 우려가 있으니까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는 드라마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작품 전체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여교사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10대들이 학교생활에서 절실히 원하는 대목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비평가들이 ‘로망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왜 10대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지 분석하는 글도 실었으면 한다.”
그는 “이번 일로 창작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교육 현장이 보호 받아야 할 곳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TV드라마까지 간섭하는 건 과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드라마 속 사제간 연예
교사와 제자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는 ‘로망스’가 처음은 아니다. 1999년 방영된 MBC-TV ‘사랑해 당신을’은 남자교사와 여학생 제자의 사랑을 다뤄 인기를 끌었다.
‘로망스’에서 여교사 채원(김하늘 분)과 제자 관우(김재원 분)는 학교 밖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느끼다 나중에 사제관계임을 알고 갈등한다.
이 드라마는 5월말 첫 전파를 탔고 TV 3사 드라마 중 시청률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12일 방영분부터는 배경이 3년을 건너뛰어 두 주인공이 스승과 제자의 틀을 벗어 나게 된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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