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3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현 정권과 민주당을 철저히 외면했다.선거결과는 대통령 친인척 등 권력층 비리에 대한 철저한 심판으로 해석된다. 지역색이 강한 영남권은 차치하더라도, 민주당이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3석을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빼앗긴 것이 이를 웅변한다.
자민련의 몰락은 수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특정 지역 정서에 의존, 줄타기로 명운을 이어온 정치세력에 대한 염증의 반영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치권의 기존판도에 격랑을 불러올 것을 예고한다. 현재로선 그 현실화 정도를 예단키 어려우나 정계개편을 둘러싼 동시다발적 이합집산 논의와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 책임론과 위기론으로 인한 당내 갈등은 물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위상을 둘러싼 내홍에 빠질 공산이 크다. 노 후보가 공을 들인 부산 시장 선거의 참패에 따른 후보 재신임 문제가 그 뇌관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는 ‘대안 후보’ 모색을 위한 정계 개편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영남 출신을 간판으로 비(非) 이회창(李會昌) 세력을 한 데 묶는다는 그림이다. 이런 구상이 실제 추진되면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정계개편의 또 다른 정계개편의 진앙지는 자민련이 될 것 같다. 충청권에 대한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영향력 상실이 입증된 상황에서 대선 후 활로 모색을 위한 소속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를 개연성이 있다. 몇몇 충청권 의원들은 선거전에 이미 탈당쪽으로 방향을 잡고 탈당 시기와 계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입당이 유력하다.
김 총재는 박근혜 대표, 정몽준 의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과의 제휴로 당의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자구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물밑에서 대선 출마를 타진하던 이른바 제3 후보군이 정계개편 논의의 와중에 정국 전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이는 ‘이-노’ 대결로 흐르던 후보구도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압승의 여세를 몰아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현재 국회 264석 중 과반에서 1석 모자란 132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탈당하는 자민련 의원을 받아들여 과반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장악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강화,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권력 비리와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 등을 둘러싼 가파른 대치와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은 국민의 견제심리를 유발, 8ㆍ8 재보선에선 이번과 반대의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조만간 있을 대선 기구 구성과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및 당직 개편에서 신구의 조화, 보수와 개혁파의 안배를 얼마나 적절히 이뤄내느냐도 한나라당의 순항 여부를 가름할 중요 변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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