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팎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공언한 재신임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무성해지고 있다. 노 후보는 부산ㆍ경남권 광역 단체장 선거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는데 전망은 극히 비관적이다.재신임 문제는 수도권 선거를 포함한 전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과 맞물리면서 당내 갈등의 기본축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 후보는 12일 ‘선거에서 패배하면 재신임을 받을 때까지 후보로서의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는 등의 보도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자 이를 부인하면서 “재신임 약속은 지키되 그 방식은 당에 맡기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노 후보측은 “대통령후보로서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며 그 내용은 국가경영과 정책을 준비하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노 후보가 시흥 정당연설회가 끝난 뒤 스스로 “일정 중단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듯이 노 후보 진영 내에 그 같은 기류가 있었음은 사실로 드러났다.
노 후보측은 이에 대해 “재신임을 받겠다는 사람이 공식 활동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온 얘기”라며 정치적 복선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후보의 활동 공백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재신임 여부를 최단 시일 내에 매듭지어 달라는 일종의 배수진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또 다소 주춤하고 있는 노 후보 지지표를 재결집 시키려는 고육지책이라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노 후보측의 의도와는 별도로 한화갑(韓和甲) 대표 체제 아래서는 재신임 문제가 이변을 낳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 대표는 “노 후보 이외에 대안이 없으며 끝까지 함께 간다”고 말해 왔다.
또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도 12일 “당 중앙상임위 등에서 재신임 문제를 빨리 처리해야 하며 재신임 후 후보와 당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노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김 총장은 사견임을 전제, “지방선거 이후 후보가 전권을 행사하는 대선 선대위가 당의 모든 것을 관할하고 최고위원회의는 12월18일까지 기능이 정지될 것”이라며 집단지도체제의 한시적 중단까지 얘기했다.
당내 개혁그룹에서는 제2 쇄신을 기치로 오히려 노무현 당 만들기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그러나 한 대표가 선거패배 책임론에 본격적으로 휘말릴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인제(李仁濟)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포함한 제3후보군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당내에서 동요가 생길 수도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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