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이후 좌초했던 부실기업들이 ‘기력’을 회복하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올들어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완화, 채권단의 구조조정 등 3박자가 성과를 거두면서 법정관리 및 화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중인 부실기업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채권금융기관은 올들어 20여개 부실기업이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워크아웃기업을 포함한 부실징후기업 74개, 화의 및 법정관리기업 240개사 중 130여개사가 부실의 늪에서 빠져 나와 회생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전업종 걸쳐 부실기업 인수러시
최근 부실기업 인수경쟁은 철강 등 굴뚝산업, 유통, 서비스 등 전업종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실기업들이 경기회복의 훈풍에 영업이익을 내고 채무재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되면서 이를 탐내는 인수희망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통분야에서는 롯데가 경쟁업체인 신세계, 현대백화점등을 따돌리고 미도파를 품에 안았으며, 뉴코아는 모건스탠리 KTB네트워크 등 6개 업체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부실건설업체들의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고있다. 극동건설은 서울에셋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본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부도이후 표류해온 고려산업개발 건영 한신공영 등도 입찰공고 등을 거쳐 매각절차를 밟고있다.
환란후 고금리와 과도한 빚더미로 가장 많이 쓰러졌던 섬유 등 경공업계도 부실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면서 M&A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내의업체인 쌍방울은 애드에셋컨소시엄(매각대금 3,105억원)에 팔렸으며, 드레스셔츠업체 로얄B&B는 JKL파트너스(태창의 대주주인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인수했다.
코스닥등록업체 스페코사 컨소시엄은 1,250억원을 주고 삼익악기를 사들였다. 파리크라상은 삼립식품을 901억원에 인수했다.
소주업계에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가 구체화하고 있다. 경남 마산이 연고인 무학이 12일 화의인가중인 부산의 대선주조에 대한 주식공개매수를 선언, 경영권 인수절차를 밟고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 한보 채권단은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제안서를 배포중이며, 이달중 매각계약을 체결한다는 스케줄을 잡고있다.
재벌간 대규모사업교환(빅딜)대상이었던 현대석유화학도 바닥을 헤매던 유화경기가 살아나면서 롯데 삼성 LG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 워크아웃기업도 조기졸업 늘어
워크아웃기업들 중에도 경상이익을 내 당초 일정보다 조기 졸업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워크아웃 자율추진기업으로 분류된 신원, 벽산, 신호제지, 영창악기, 맥슨텔레콤 등 13개사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부실의 꼬리를 떼면서 새 주인을 찾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 임주재 신용감독국장은 “금융기관들의 체력(재무건전성, 부실채권비율 )이 환란전에 비해 급속히 호전돼 부실기업을 시장원리에 입각해 신속히 정리하거나 새 주인 찾아주기에 성공하면서 시장을 불안케 하는 ‘뇌관(문제기업)’들이 속속 제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금융기관들도 화의 및 법정관리 워크아웃제도가 시행초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부실기업 회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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