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실 검증 없이 비방과 폭로전에 매달리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만연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이 앞장서 부동산 투기의혹, 뇌물 수수설, 병역기피 공방은 물론 “룸 살롱을 경영했다” “부하직원을 성폭행했다” “부모가 러브호텔을 운영한다”며 낯뜨거운 입씨름을 벌였다. 선거초반 가능성을 보였던 정책대결은 후반이 되면서 대부분 실종했다.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맞선 수도권은 비방과 폭로 공방이 한층 심했다. 혼전을 거듭한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가 연일 성명전을 벌이며 의혹 부풀리기에 매달리다 서로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김 후보가 1년 과정 미국 하버드대 석사학위를 2년 과정으로 허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김 후보는 175억원의 재산가인 이 후보가 지역의보에 가입할 경우 부과될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자기 소유의 빌딩을 관리하는 회사의 대표명의로 직장의보에 가입하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김 후보는 선관위가 94~95년으로 표기돼 있는 졸업장을 보고 임의로 2년이라고 바꿔 썼다가 정정했다고 해명했고 이 후보도 법적하자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양측은 12일까지도 당초 주장을 되풀이하며 서로 사퇴를 요구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후보간 비방전이 신문광고, 고발로 가열되다 선관위가 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후보는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후보에 대해 “호적을 고쳐 고령으로 병역면제를 받고 룸 살롱을 경영했다”고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냈고 이 내용을 법정홍보물에까지 실었다.
인천 선관위는 안 후보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이를 정정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투표소마다 게재키로 했지만 박 후보측은 선관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신경전이 여전하다.
부산시장, 제주지사 선거는 성추행 시비 등 사생활논란으로 혼탁했다. 제주의 경우 한나라당 신구범(愼久範)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기피설과 뇌물수수설로, 민주당 우근민(禹瑾敏) 후보는 성추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한이헌(韓利憲) 후보가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 후보에 대해 시장재직 중 땅투기 의혹과 부하여직원을 성폭행 논란을 부각시키며 후보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질세라 안 후보는 한 후보의 병역기피의혹을 제기하며 맞섰다.
선관위 김호열(金弧烈) 선거관리실장은 “월드컵 열기에다 각 당이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 전초전으로 삼는 바람에 정책 이슈나 홍보에 실패한 출마자들이 너도나도 네거티브 전략에 매달렸다”며 “후보들은 결과가 확실한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투표율이 더 낮아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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