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감독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대화가 없기에 결과에 따른 책임 또한 크기 때문이다. 16강 진출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벌써 10여명의 감독이 안팎에서 강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경질 리스트 1호는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긴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 감독. 그는 11일 덴마크에 0_2로 무릎을 꿇은 뒤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사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본선 3경기서 무득점에 12점을 내준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세르 알조하르, 아프리카 맹주에서 허수아비로 전락한 나이지리아의 이데그보예 오니그빈데 감독 역시 해임을 기정사실로 보고 차분하게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대회 최고령 감독인 파라과이의 체사레 말디니(70)와 최연소인 슬로베니아의 슈레치코 카타네츠(39)도 16강 탈락으로 같은 배를 탔다. 말디니는 수비수인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관객으로 돌아갈 작정이고, 노장 미드필더 자호비치와 갈등을 빚은 카타네츠는 자기보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물색 중이다.
중국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시킨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10년 투자 계획’을 준비 중인 중국팀을 그가 다시 맡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과의 리그 1차전 패배로 자존심을 구긴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한국에 진 폴란드의 예지 엥겔, 일본에 석패한 러시아의 올레그 로만체프, 브라질에 눌린 터키의 셰놀 귀네슈 감독도 퇴임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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