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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사능 테러' 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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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사능 테러' 과장 논란

입력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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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10일 방사능 폭탄인 일명 ‘더러운 폭탄’ 테러 기도 용의자 압둘라 알 무자히르를 체포했다고 발표하자 미 전역은 다시 9ㆍ11 후속 테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날 발표를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하면서도 정부측 발표가 과장, 왜곡됐거나 테러 대책에 대한 비난을 희석하기 위한 의도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혼란에 빠진 워싱턴

미국인들은 10일 오전 10시께 전격 발표된 방사능 폭탄 테러기도범 검거 소식에 일순 경악했다. 주요 방송들도 테러 전문가들을 내세워 폭탄의 위력 등에 대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뉴욕증권시장은 오전 한때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크게 흔들리다 오후에야 진정됐다.

특히 무자히르가 수도 워싱턴을 목표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워싱턴 시민들은 테러에 대비, 지하철 대신 카풀을 이용해 퇴근하는 모습도 보였다.

앤서니 윌리암스 워싱턴 시장은 “아직 연방정부로부터 구체적인 테러징후를 통보받지 않았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진정을 당부했다. 테러 전문가들도 “폭탄의 살상력은 사실 별게 아니다”며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 대공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 논란

미 언론들은 정부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발표 시기를 조절하고 무자히르의 혐의를 과장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CBS 방송은 무자히르가 핵물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는 등 테러의 초기 기획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방사능 폭탄 테러 위협에 대한 당초의 말들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비판에 대한 물타기’라는 기사에서 “법무부의 발표는 알 카에다 조직이 여전히 테러를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지난달 8일 그를 검거했으면서도 의회의 연방수사국 등에 대한 청문회가 본격화한 시점에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월포위츠 부장관이 시인한대로 정부는 대 테러정보 관리소홀로 높아진 비난 여론을 중화할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정부 발표는 국면전환을 위한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용의자 주변

뉴욕 브루클린 태생인 무자히르는 원래 호세 파딜라가 본명이었으나 시카고로 이주해 도시갱단에 가입해 활동했다.

10대 살인 혐의로 플로리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가톨릭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하며 이름도 바꾸었다. 그는 미국인 탈레반 존 워커 린드와 야세르 에삼 함디에 이어 알 카에다 관련 혐의로 체포된 3번째 미국인이다.

법무부는 그가 출소 후 지난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알 카에다 지도부와 만나 더러운 폭탄 제조기술 등을 배운 후 미국 내에서의 테러 지령을 받고 입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이웃 주민들은 그가 불량소년이긴 했지만 테러 전사가 될 아이는 아니라면서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 카에다와 핵무기

언론들은 알 무자히르의 검거를 계기로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의 핵물질 입수 및 핵테러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서방 정보당국은 빈 라덴이 그동은 핵·화학·생물학 무기 등을 입수하려고 노력해왔으며 그가 재래식 폭탄으로 방사능 물질을 퍼뜨리는 '더러운 폭탄'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영국의 더 타임스지느 지난해 11월 빈 라덴의 조직이 파키스탄에서 핵무기를 입수한것으로 서방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전문가들은 빈 라덴 조직이 핵물질을 매입해 직접 무기를 만들거나 아예 핵무기 완제품을 구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더러운 폭탄이란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불리는 방사능 폭탄은 테러에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실제로 만들어지거나 사용된 적이 없어 아직은 ‘가공의 폭탄’이다. 1987년 이라크가 1톤짜리 방사능 무기를 실험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해 폐기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제조 능력이 없는 국가나 테러리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전문가들은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부르기도 한다. TNT등 재래식 폭약을 방사능 물질로 감싼 이 무기는 폭발 현상과 함께 방사능 물질을 유포하기 때문에 ‘더럽다’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폭탄은 핵무기처럼 특별한 제조법이 필요하지 않으며, 재래식 폭탄과 방사능 물질만 손에 넣으면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폭탄이 폭발할 경우 반경 0.8㎞ 이내에 있는 사람들이 받게 되는 방사능은 1년 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방사능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해는 사실 미미하며 이보다 심리적 공황과 사회불안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옛 소련 공화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핵 물질이 밀매된 사건이 10여년 간 약 175건에 이르는 만큼 빈 라덴의 조직이 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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