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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패륜범죄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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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패륜범죄가 판치는 세상

입력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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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했다. 그리고 범행 9시간이 지난 뒤 집에 돌아가 불을 질렀다.주유소를 세 군데나 돌며 휘발유를 구입한 그는 화재를 가장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잠자는 아버지와 비명을 듣고 나온 할머니까지 살해하고도 반성이나 죄의식 없이 불을 지르고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범행 자체도 문자 그대로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일인데, 끔찍한 범행후의 행적은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담하고 태연했다.

이 악마같은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인간으로서 차마 그럴 수 있을까.

범행동기는 교수인 아버지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엘리트의식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는 말까지 했다.

부모가 모두 명문대 출신인 그의 삶을 살펴 보면 나름대로 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2남 1녀 중 장남인 그는 중학교 졸업후 검정고시로 고졸학력을 취득했다.

이어 캐나다로 유학해 전문대를 다니다 2년 전 국내 대학에 특례입학한 뒤 지금은 입대를 앞두고 휴학한 상태였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 따른 성적 스트레스와 열등감이 심했으며,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과 증오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존속살해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의 권위의식과 몰이해를 이유로 댄다. 그런 점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부족과 세대갈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자녀를 떠나 보낸 가정이 많은 세상에서는 부자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가 더욱 중요하다. 너무 성적과 학벌을 따지는 사회풍조도 문제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댄다 하더라도 어떻게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와 할머니를 무슨 원수갚거나 복수를 하듯 죽일 수 있는가.

존속살인이 흔한 일처럼 돼가는 세태가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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