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하루 앞둔 6ㆍ1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 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각각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이다.특히 여전히 우열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서울과 대전에선 각 당의 사활을 건 막판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향후 정국과 12월 대선 향배에 영향을 미칠 이들 지역 선거의 후 폭풍이 그만큼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수도권 승부
한나라당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3곳의 광역단체장을 석권할 경우 정국은 민주당의 분란과 함께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3곳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의 완패는 당내 쇄신 파의 입지를 강화해주면서 동교동계 등 주류세력과의 갈등을 부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사실상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 패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난처한 입장에 몰릴 수도 있다. 노 후보가 공을 들여온 부산에서도 시원치 않은 성적을 낸다면 더욱 그렇다.
민주당 주변에선 난국 돌파를 위한 새판 짜기식 정계 개편 추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후보와 당직자들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뒤 민국당, 한국미래연합,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비(非) 이회창(李會昌) 세력을 다 끌어안는 그림이다.
이런 구상이 실제로 추진되면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일부 보수파 의원들의 이탈을 동시에 촉발, 지각변동에 가까운 대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반면 민주당이 인천, 경기를 빼앗긴다 해도 서울에서 이기면 무승부라는 정치적 평가가 내려질 것 같다.
정국은 일단 균형 상태가 유지되고, 노 후보는 민주세력 대연합이라는 본인 방식의 정계개편을 재차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진검 승부는 8ㆍ8 재보선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만 38세인 김민석(金民錫) 후보의 승리가 노 후보가 주창해온 3김 청산과 세대 교체론에 탄력을 붙이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후보 확정 후 주춤한 노풍(盧風)의 재점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 서울에 대한 한나라당의 전력투구는 단지 서울의 상징성 보다는 이 같은 상황의 현실화를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봐야한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인천과 경기의 판세에 여유가 있지만, 서울을 이기지 못하면 모두 허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청권 향배
대전 선거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의 명운을, 자민련은 당의 사활을 각각 걸고 있다.
한나라당은 충북과 대전에서 승리하면 자민련은 존립 기반을 상실, 급격한 붕괴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련 상당수 의원이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안정적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권력 비리 공세 등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아울러 자민련 몰락 후 기댈 곳이 사라진 충청권 민심을 흡수, 대선 지역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노 후보의 영남권 일부 잠식까지 충분히 상쇄, 낙승을 거둘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쥔 곳이 바로 충청권”이라며 “실리 면에선 오히려 서울보다 더 비중이 크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이번에 자민련의 기세를 꺾어놓아야 향후 합종연횡에서 김종필(金鍾泌) 총재에 대한 우군화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충청권 수성에 실패할 경우 심한 패배 충격 속에 한 동안 활로 모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자생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다른 세력과의 연대 또한 녹록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대전과 충남을 지켜낸다면 김 총재는 한 숨을 돌리고 당 체제정비와 대선 국면의 당 효용 극대화를 위한 외연 넓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朴槿惠) 한국미래연합 대표, 정몽준 의원 등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그의 주요 제휴 대상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