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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 열기를 지방선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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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 열기를 지방선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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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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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이 한반도를 휩싸고 있다.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둔 우리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과도 멋진 승부를 겨뤄 16강 진입에 반드시 성공하길 온 국민이 기원하고 있다.

붉은 옷의 물결이 거리를 물들이고 ‘대~한민국’의 함성이 전국에 메아리치는 상황을 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통합이요, 우리나라 국민만이 지니고 있는 역동성의 분출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동 주최국 일본의 ‘울트라 니뽄’의 점잖은 응원과 비교해 보노라면 ‘붉은 악마’의 응원은 그 참여의 폭과 열기, 자발성과 조직력에 있어 압권이다.

문제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 역동성을 어떻게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 참된 민주정치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역동성을 내일로 다가온 4대 지방선거에 쏟아보자. 월드컵 열풍에 가려 국가적 대사인 4대 지방선거가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늘 하루라도 대중 매체들은 방송시간과 신문지면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지방선거를 홍보하고, 우리 각자는 서로를 독려하여 우리 지역의 일꾼으로 자처하며 후보로 나온 이들의 면면을 살펴봐야 한다.

월드컵과 관련한 세세한 정보를 서로 나누듯이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확산시켜 나가자.

1991년 기초의회의 구성으로 시작된 지방정치는 그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이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정치는 생활정치, 주민정치로 정착되고 있다.

지방행정의 편의를 위한 지방자치에서 일상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삶의 정치로 바뀌고 있다.

정당과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지방정치와 풀뿌리 정치의 의미를 되새겨 정치권의 계산과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은 단지, 대선정국과 월드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치가 우리의 일상적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군수, 도지사,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의 기능이 우리의 삶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칠 때 지방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즉 지방분권의 확대야말로 지방정치 활성화의 초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분권을 촉구하는 운동의 전개는 큰 의미를 지닌다.

여러 지역에서 선거기간 중 지방분권 운동을 홍보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 후보자들을 지방분권 운동에 동참케 하고 당선 뒤 실천하도록 서약을 받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6·13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 아니라 지방분권의 전초전’ 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적절하다.

21세기는 세계화와 지방화의 시대다. 온 지구촌이 하나되는 시대이며 동시에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작은 공동체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시대를 의미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수십억명의 눈이 동시에 월드컵 경기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세계화의 단편을 볼 수 있다.

한편 중앙의 비대한 정치권력으로는 삶의 정치, 생활의 정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지방정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또 세계적 추세다.

이러한 의미에서 월드컵 경기와 지방선거는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월드컵 경기가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축제라고 한다면, 6·13 지방선거는 삶의 정치를 풍요롭게 하는 기초 작업이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정과 지방선거의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21세기를 맞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역동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최선의 후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최악의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차선의 후보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붉은 악마’의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모두 지방선거에 참여하자.

‘대~한민국’의 찡한 감동을 지방선거와 포르투갈전으로 이어나가자.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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