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비기고 응원매너는 이겼다는 아침신문의 보도는 모든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여 주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뒷사람을 생각해 우산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고 버리지 않는 것으로 협조하는 매너가 언제 우리 몸에 익었던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수십만 명이 모인 광장에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음을 놀라워 하며 “유럽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한 외국 기자의 코멘트가 월드컵 축구 승리보다 값지다.
대구 경기장에 모인 6만 관중도 대표선수 이상으로 훌륭한 공중(公衆)의식을 발휘해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오래 줄을 서 기다리면서도 철저한 입장검색에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다. 미국선수의 파인플레이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 너그러움에 서로 뿌듯한 감동을 나누었다.
얼굴 뜨거운 반미감정이 노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걱정이 기우(杞憂)가 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많은 시민들의 혀를 차게 했다. 남이야 불편하건 말건 내가 책임질 일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공무원들의 면책주의였다.
경기종료 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6만 관중을 수송하는 수단은 시내버스와 순환버스 뿐이었는데, 승강장을 분산시키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
길게 늘어선 빈 버스행렬을 보고 왜 오는 대로 태우지 않느냐고 불평해도 현장지도 공무원들의 대답은 “그러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 였다.
사고 예방과 안내를 위해 많은 공무원과 경찰병력을 동원하고, 경기장과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무료 승차권까지 배부한 대구시 당국의 세심한 배려는 평가 받을 만했다.
그러나 시민의 불편과 효율성을 외면한 일선 공무원들의 운영은 낙제점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민의식을 공무 종사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면 나라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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