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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 소리] 자기 무덤 파는 정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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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 소리] 자기 무덤 파는 정당들

입력
200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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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인가? 이 물음을 둘러 싸고 말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질문이다.누가 무슨 뜻으로 어느 지역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그 말을 하는 것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그 말을 하는 것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선거구의 규모에 따라서도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가치 평가도 각기 다를 수 있다.

최근 광주에서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은 만큼 민주당을 예로 들어 말해 보자. 지방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이라면, 민주당은 광주를 포함한 호남에서 가급적 표를 적게 얻는 게 좋다.

호남에서의 민주당 몰표는 다른 지역의 표심을 자극해 반드시 대선에서 민주당에게 불리한 쪽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걸 모를까? 절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호남에서 가급적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걸까?

혹자는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독선과 오만을 저지르는 이유가 호남에서 표를 적게 얻기 위한 고단수의 술수가 아니겠느냐는 반문을 던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한국 정당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 이는 영남에서의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두 거대 정당은 자기들의 주된 연고 지역에선 아무리 ‘개판’을 쳐도 지역감정이 해결해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한국 정치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당은 대학과 매우 비슷하다. 서울대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서울대를 아무리 비판해도 서울대는 달라지지 않게 돼 있다.

왜?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 1,483명이 각자 자기 정부(政府)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은 위계질서를 갖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의원들은 공천을 전제로 상부에 복종하는 것이지 그게 보장되지 않으면 언제든 상부의 모든 비리를 폭로하는 용감한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선거는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만드는 전쟁이다. 선거판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만이 선이요 정의로 대접받는다.

아무리 애당심이 강한 사람이라도 당보다는 자신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치 9단’으로 평가받았던 양 김씨가 대통령이 된 이후 정당 개혁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댈 수도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정치인들의 밥그릇을 건드렸다간 양 김씨도 무사할 수 없는 것이다.

정당들이 외부에서 무차별 폭격에 가까운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기 개혁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무덤 파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기 무덤 파느라 애를 쓰는 게 바로 정당인 것이다.

정당 개혁의 주체가 정당인들이 아닌 유권자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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