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0일 경찰의 요청으로 뒤늦게 일선학교에 단축수업 등의 자제를 요청하는 바람에 일선 학교가 혼란을 겪었다.교육청은 이날 시내 전 고교에 ‘월드컵 한국과 미국경기 관련 학생생활 지도협조’라는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도심지역으로 운집할 경우 응원과열로 인한 사고 등이 우려된다”며 “가급적 교내시설을 활용해 관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공문이 조회시간이 훨씬 지난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갑작스럽게 전달돼 단축수업 등의 계획을 세웠던 대부분의 학교는 예정대로 학생들을 조기 귀가 조치했다.
S고 교사는 “이미 지난 주말 1시간 단축수업을 학생들에게 예고했다”며 “계획을 바꿀 수 없어 학생들에게 안전을 당부하는 말을 한 뒤 일찍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O고 교사도 “지난 주말 부장교사 회의에서 단축수업을 결정했는 데 교육청 공문이 너무 늦게 도착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는 경찰의 협조요청에 따른 것으로 서울경찰청은 8일 오후 정식공문도 아닌 전화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대부분 학교가 끝난 뒤 여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다 이날 오전 부랴부랴 일선고교에 공문을 보냈다.
고2 아들을 둔 학부모 조모(42)씨는 “월드컵 열기도 좋지만 학교가 한참 혈기가 왕성한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거리로 나가게 조장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학생 안전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전국민적인 월드컵 분위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