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죽음의 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왜 우승후보로 불렸는지 보여준 한판이었다.명승부를 충족시키는 요건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선수들의 개인기가 우수해야 한다. 또 서로의 전력이 대등해야 한다(물론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한 명승부도 있겠지만 이는 이변일 뿐이다). 스타와 대관중이 있어야 하며,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90분간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요인은 심판의 경기운영이다. 한마디로 잉글랜드_아르헨티나전에는 이 모든 것이 다 있었다.
크로아티아가 이탈리아에 의외로 2_1로 승리한 것 역시 명승부의 요건을 많이 갖추었다. 그러나 심판의 운영미숙이 더 격렬해지고, 더 훌륭할 수 있었던 경기를 평범한 파란의 승리로 만들어 버렸다.
말이 많이 빗나갔지만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심판이 아니다. 바로 잉글랜드가 얼마나 대단한 팀인지, 그들이 왜 우승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알다시피 잉글랜드는 축구종가이다. 잉글랜드의 월드컵 참가는 1950년부터 이루어졌는 데 이것은 축구종가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잉글랜드는 이후 4번을 실패한 뒤 66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야 우승을 맛보았다. 잉글랜드는 전력상 지난 월드컵동안 늘 우승후보였다.
86년과 98년 대회서 아르헨티나에 패할 때도, 90년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고배를 맛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당시 잉글랜드의 패인을 전력이나 개인능력 때문이 아닌 선수들의 지나친 흥분과 집중력 부족 때문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의 잉글랜드는 달랐다. 에릭손 감독을 영입한 후 이전의 킥앤러시(차고 달리는) 위주의 축구가 세밀하고 짧은 패스 중심의 빠른 축구로 바뀌었다. 개인기와 패스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능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골넣은 뒤에 압박과 파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등한 경기를 결정한 것은 물론 베컴과 오언이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잉글랜드 선수들의 집중력과 이기겠다는 정신력이었다.
우승까지 가는 길목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조별 예선 2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는 잉글랜드가 우승후보(최소한 결승진출 후보)라고 본다.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잉글랜드는 적어도 8강전 이후에나 볼 수 있는 명승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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