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패배를 당한 러시아에서는 9일 축구팬 수천명이 폭도로 변해 최소한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이날 모스크바 중심가 크렘린궁 옆 광장에서는 대형 TV 스크린이 설치돼 수만명의 시민들이 일본과의 월드컵 H조 2차전을 관람하고 있었다.
RIA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시민 가운데 3,000여명이 폭도로 변한 것은 후반전 5분 일본측의 선제결승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모스크바의 축구팬들은 이미 요코하마 구장의 일본 팬들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야유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한껏 자극받은 상태였다.
처음에는 수십명 단위의 시민들이 경비를 서던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골이 터지는 순간 일부 팬이 칼을 꺼내들고 경찰관을 찔렀다.
양측은 정면으로 충돌했고, 폭도들은 인근에서 취재중이던 국영TV 차량을 전복시키고 불을 질러 공동응원이 이번 대회 첫 불상사로 치달았다.
20여대의 차량에 차례로 방화한 폭도들은 1km 가량 떨어진 러시아 하원 의사당으로 행진해 저지하는 경찰과 투석전으로 맞서며 유리창 등 건물 일부를 파괴했다.
취재하던 AP통신의 사진기자에 따르면 폭도들은 축구와 관련된 구호를 외치다 “전진, 러시아” 등 일제히 국수주의적 구호를 외쳤다.
일부 폭도들은 이날 경기의 심판을 본 독일 주심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모스크바 주재 일본 대사관측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자택에 머무를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타르타스 통신은 도쿄(東京)지국이 일본의 폭도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해 축구팬들을 자극했다.
한 때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러시아 축구팀은 이번 대회에 8년만에 출전, 팬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대표팀에게 “국가의 위신을 세워줄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국민적 기대를 높였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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