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스라엘은 중동분쟁을 해결할 의지도 청사진도 갖고 있지 않다.”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8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 이어 10일 워싱턴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6번째 정상회담을 갖는 조지 W 미국 대통령의 중동해법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일정을 제시하라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강력하고도 직설적인 요구를 부시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특정 시간표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고 언급,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물러나지 않는 한 미국 정부는 자치정부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취한 소극적 자세는 자치정부에 대한 정부 내 시각이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백악관 내 실용주의자들은 여름 이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등이 중재하는 4자간 회의(Quartet)를 개최, 팔레스타인 독립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 매파들은 아라파트의 지도력을 불신하며 자살공격 중단 이전 어떠한 협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 주변에서는 ‘부시 플랜’ 은 실체가 없으며 당분간 진전된 청사진이 제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는 이날 유대계 유권자가 상당한 플로리다주에서 11월 중간선거에 나서는 동생 젭 부시 주지사의 선거운동을 의식, 부시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거론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처리문제를 놓고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내분도 평화안 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라파트의 국외추방을 강력히 지지하는 샤론 총리 및 군부측과 “아라파트의 추방은 그의 입지만 공고히 해 주는 꼴” 이라는 비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의 상반된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타협책으로 아라파트 수반을 건드리지 않되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그의 통치력을 박탈, ‘정치적 자연사’ 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나, 미국이 어느 정도 화답할 지는 미지수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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