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판세가 한나라당 우위쪽으로 흐름이 잡히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거 이후 정국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무엇보다도 선거 결과에 따른 정계개편 여부 및 시나리오가 관심의 핵심이다.
정계개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긴 정당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는 정당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각 정계 재편 카드를 꺼낼 소지가 충분하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장, 민주당발(發) ‘헤쳐 모여', 제3후보측의 이니셔티브 등 다양하다.
시기를 놓고선 8ㆍ8 재ㆍ보선 이전설과 이후설, 이전-이후 2단계설 등 견해가 엇갈린다.≫
■ 한나라, 의원수 늘리기 주력할듯
지방선거 승리땐 민·자의원 동요" 국회장악 대선 주도잡기 모색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석권, 영남권 수성과 함께 대전 시장까지 차지하는 뚜렷한 승리를 거둘 경우 자민련의 상당수 의원이 이탈,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정계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당 주변엔 자민련의 대전 선거 패배 시 바로 탈당할 것이라는 몇몇 자민련 의원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이런 개편이 성사되면 향후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기대다. 우선 안정적 원내 과반수 확보를 통한 국회 장악으로 권력비리 공세를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지속적 압박이 가능해진다.
당장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와 TV청문회를 수적 우세를 토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 또 충청권 민심이 자민련 몰락과 동시에 급격히 한나라당 쪽으로 쏠려 이회창 후보가 지역구도상 결정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영남 표 일부를 잠식한다 해도 충청권을 잡으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없다”는 표면적 자세와는 달리 김용환(金龍煥) 의원 등을 앞세워 자민련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나, 지도부가 대전 선거에 막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모두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이다.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민주당 동요의 와중에서 수도권의 일부 보수파 의원이 탈당, 무소속을 거쳐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 민주당, 수도권·영남 결과가 변수
기대이상땐 盧주도 '민주 연합론' 최악땐 盧입지 흔들 '새판짜기'
민주당 안에서 흘러 나오는 정계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의 ‘민주세력 연합론’이 첫째이고,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헤쳐 모여’가 두 번째이다.
수도권에서 1승이라도 거둬 지방선거 후유증이 그리 심각하지 않으면 노 후보가 주도권을 갖고 민주세력연합론을 다시 꺼낼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수도권 전패 등 결과가 최악일 경우에는 완전한 새 판짜기 주장이 세를 얻으면서 노 후보의 입지가 흔들릴 소지도 있다.
민주세력연합론 추진에는 영남 선거 결과가 중요한 변수이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40% 이상 득표율을 올리면 노 후보는 영남 민심의 변화를 무기 삼아 한나라당 PK 및 YS 세력에 대한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완패하고 영남 선거 성적이 시원찮으면 “헤쳐 모여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자민련, 민국당, 한국미래연합, 정몽준(鄭夢準) 의원, 재야 개혁세력 등 비(非) 이회창 진영의 단일화가 요체이다.
민국당은 이 구도를 상정해 최근 광주 북 갑 보선에 윤원중(尹源重) 사무총장을 공천해 주도록 민주당에 요청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일단 부정적이나 8ㆍ8 재보선 전에 정치판이 흔들리면 입장이 바뀔 여지도 없지 않다.
새판짜기를 이뤄내려면 민주당과 노 후보측은 ‘모든 기득권 포기’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간판 내리기는 물론이고 대선후보 문제도 원점으로 되돌려 국민경선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이렇게 해야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가세할 명분이 생기고 ‘영남의 힘’을 신당으로 단일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 같은 구상들이 현실화하면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세력도 생길 수 있다.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진작부터 노 후보식 정계개편에 반대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 '제3후보' 연대 모색 가능성
박근혜 대선출마 의지 확고·정몽준 이인제는 때 기다려
대선구도에서 제3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관심사다.
그 중심은 지난달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이 우선 꼽힌다. 박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0명, 시ㆍ도의원 8명 등 고작 18명밖에 후보를 내지 못했음에도 창당을 서두른 것은 정계개편이 가시화할 경우 제3후보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대권 도전설도 최근 월드컵 열기를 타고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의원측이 내부적으로 창당준비를 상당히 진척시키고 때를 기다리다 최근 한국대표팀의 선전에 고무돼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국팀이 16강에 이어 8강까지 진출한다면 정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李仁濟) 의원도 명분만 확보되면 제3후보의 행렬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50대 초반으로 ‘새로운 대안’을 외치지만 홀로서기가 쉽지않아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이들을 묶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IJP(이인제-정몽준-김종필-박근혜)연대’는 이 같은 구도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다.
하지만 박근혜 정몽준 의원이 JP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어서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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