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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2)축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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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2)축구와 나

입력
200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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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구에서는 운명의 미국과의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전에 박종환(朴鍾煥) 감독이 분당 집에 찾아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과는 안 될 것 같아. 내가 보니까 무지 앞서가던데….” 그는 특히 우리의 최종 수비수 걱정을 많이 했다.

상대의 빠른 몸 동작에 자칫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우리의 16강 진출을 자신하는 것 같다. 나는 원래 히딩크 영입을 반대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다.

1년 여밖에 안 남았는데 감독을 들여와서 무슨 효과를 볼 수 있겠는가.

그것도 많은 돈을 주고. 차라리 감독은 허정무(許丁戊) 차범근(車範根) 박종환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고, 대신 대표팀을 유럽이나 브라질로 보내 1년 동안 죽기살기로 연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표팀을 보니 히딩크를 영입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훈련방법으로 선수들 체력관리와 문전처리 요령을 집중적으로 지도한 것 같다.

확실히 1년 전과는 달라졌다. 히딩크만의 훈련방법 덕택이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사소한 지적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표팀 경기가 전용구장에서 한번도 열리지 않는 것은 너무 아쉽다.

특히 그 좋은 서울 상암경기장을 지어놓고도 정작 우리 선수들은 그곳에서 뛸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전용구장에서 붉은 악마가 응원을 펼친다면 선수들에게 더 큰 힘이 될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축구와 나는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축구는 우직하고 와일드한 종목이어서 마음에 든다.

내가 춘천고 축구부에서 라이트 윙으로, 박종환 감독이 풀백으로 뛰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에 했다.

믿는 분들은 별로 없겠지만 그때는 내 실력이 박 감독보다 뛰어났다. 경기를 읽는 눈이나 패스의 정확성에서 한 수 앞섰다.

만약 내가 축구를 계속했더라면 박 감독의 좋은 라이벌이 됐을 것이다.

군 입대로 축구와 어긋났던 내가 다시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이다. 그 해 3월 연예인들의 건강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무궁화축구단이 창설된 것이다.

최봉호(崔奉鎬) 회장이 단장 겸 후원회장을 맡았고 나와 석 현(石 玄) 이덕화(李德華) 이상해(李相海) 임채무(林彩茂) 한 무(韓 茂) 남보원(南寶元) 백남봉(白南峰) 등이 주축 멤버가 됐다.

다음 해부터 내가 단장을 맡아 무려 7년 동안 ‘독재’를 했다.

무궁화축구단은 당시 일기 시작한 프로축구 열기 조성에 한몫 했다고 자부한다. 83년 프로축구 개막식 행사와 효창운동장 재개장 행사에 참가해 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태어나서 처음 주례를 맡은 것도 축구단 회원인 가수 정광태(鄭光泰) 결혼식이었다.

그리고 무명 시절 축구단 일에 열심이었던 후배들이 훗날 스타로 성장했으니 임하룡(林河龍) 김한국(金漢國) 김형곤(金亨坤) 등이 그들이다.

내 축구인생 중에서 가장 감회가 깊은 순간은 역시 86년 동대문운동장에서 무궁화축구단 주최로 열린 자선 경기였다.

연예인들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3만 관중이 들어찬 그날, 후반 동점 상황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내가 정말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관중의 환호에 답하며 400m 트랙을 두 바퀴나 돌았다. 골을 놓고 운동장을 돌 때의 그 기분…. 안 겪어본 사람은 정말 모른다.

바로 오늘 펼쳐지는 미국 전에서 후배들의 멋진 골 세리머니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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