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소집된 지 9일로 5일째가 된다. 여전히 국회는 의장단도 뽑지 못한 ‘식물국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와 코 앞에 닥친 지방선거에 밀려 국회 정상화를 위한 각 정당의 교섭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임시국회를 열면서 각 당의 원내총무들은 ‘방탄국회’라는 비판에 대해 “늦어진 원구성을 위해서라도 일단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이유를 댔었다. 지난 며칠간, 정치인이라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을 뒷전으로 미뤄놓고 딴청만 피우는 정치권을 바라보자니 정말 “왜 임시국회를 소집했느냐”고 묻고 싶다. 결과적으로 ‘방탄국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의장단 선출에 관해 여전히 ‘여당의 논리’를 내세우며 고집 부리는 민주당을 탓하지도 않겠다. 올 상반기중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관련 법안 11건에 관해서도, 안타깝지만 ‘무능한 국회’라며 체념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회의원이 낸 사직서 만큼은 수리해야 할 것 아닌가. 13일의 선거일까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 꼴불견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비록 선거법에는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는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본다’고 돼있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이상 국회법에 따라 여전히 국회의원 신분을 갖는다.
설마 지방선거에서 떨어지고 염치없이 국회에 나타날 사람은 없겠지만, 만의 하나 뻔뻔스러운 행태가 벌어질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어떤 일이 빚어지든 모든 책임은 국회에 있다. 나중에 유권해석이 어떠하니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려 하지 말라.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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