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중인 은행들이 본업보다는 카드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은 올들어 재벌계 카드사를 훨씬 능가하는 카드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전업 카드사에 집중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정책 역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전체 순이익(2조3,000억)의 41.7%(9,500억원)는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카드업계의 전체 순이익 규모는 1조5,000억원. 카드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63.3%를 은행권이 챙긴 셈이다. 4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신용카드 시장에서 비씨카드 소속 12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30%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익률이다.
은행 자체적으로 비씨 계열의 카드사업을 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올 1ㆍ4분기에만 2,508억원의 카드 수수료 이익을 올려, 카드업계 ‘빅 3’인 국민카드(전문카드사)의 같은 기간 순이익 1,444억원보다도 무려 1,000억원이나 더 번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된 카드 자회사보다 은행이 오히려 카드수입이 많은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이다.
비씨카드 회원사인 조흥은행 역시 올 1분기에 신용카드 수수료이익이 2,398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각각 2,085억원과 1,8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LG카드와 삼성카드의 실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밖에 한미은행은 전년 동기(288억원)보다 164.9%나 증가한 763억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고, 최근 카드부문을 독립회사로 분리한 신한은행은 전체 수수료 1,021억원 가운데 84.5%인 863억원을 신용카드 부문에서 거둬들였다. 취급액이 100조원 이상인 전업카드사들의 순이익 비중을 감안하면 은행이 얼마나 실속 있는 카드장사를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은행이 집계하는 수수료 이익에는 인건비나 경비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전업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부분의 카드업무를 비씨카드에 일임, 카드사업에 따른 비용이 전업카드사의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이 카드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금조달 이자가 전업계 카드사의 절반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주요 시중 은행들은 은행계정 조달 이자율이 3~4% 수준이므로 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전업계 카드사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셈이다.
비씨 계열 은행들이 전업사보다 1~2% 낮은 현금서비스 수수료 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의 자산규모나 전담인력 대비 순이익 규모는 전업사들의 5~6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업 카드사만을 겨냥한 현재의 정부규제가 중장기적으로 카드산업의 불균형을 가져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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