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공개 훈련입니다.”8일 한국대표팀 훈련장인 경주시민운동장 입구에는 이렇게 적은 종이 한 장이 내걸렸다. 그리고 경찰은 시민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스탠드로 향하는 계단에도 자물쇠가 채워졌다.
토요일 오전 체육시간을 이용해 단체로 대표팀을 응원하러 온 체육복 차림의 경주 서라벌여중 1, 2학년생 80여명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곧 장외 응원전이 펼쳐졌고 학생들은 그라운드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서경석씨(25ㆍ동국대 3학년)도 “시험기간 중에 특별히 시간을 냈는데 아쉽다”며 발길을 돌렸다.
폴란드 엥겔 감독과 달리 지난 3일 마지막 훈련장면을 “숨길 게 없다”며 완전 공개했던 히딩크 감독이 미국전을 이틀 앞두고는 비공개 훈련을 택했다. 이를 두고 대표팀 주변에서는 폴란드전 보다 16강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미국전에 히딩크 감독이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허진 언론담당관은 “히딩크 감독이 ‘폴란드전도 중요했지만, 미국과의 경기가 진짜 중요(crucial)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기자들에게는 “미국전에 대해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선수들이 만약 부담감을 갖고 있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묘한 여운을 담은 말을 했다.
대표팀은 이날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훈련장에 나왔다. 보통 대표팀의 훈련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30분 이전. 미국과의 경기가 낮 시간(오후 3시30분)에 잡혀 있는 걸 고려해 훈련 시간을 늦춘 것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가 체력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비공개 훈련에 앞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고, 인터뷰가 끝난 뒤 약속대로 기자들은 모두 경기장에서 철수했다.
대표팀은 비공개 훈련에서 11대11의 모의 경기를 약 45분간 실시했다. 히딩크 감독은 사전에 예고한대로 한국의 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이틀 후 상대할 미국의 강점과 약점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를 수시로 중단시키고는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내렸다.
히딩크 감독이 연막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부상선수 유상철 황선홍도 경기에 나와 뛰었다. 히딩크 감독은 훈련 내용을 브리핑 할 허진 담당관에게 선수들의 포지션 등에 관해 절대 언급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미국전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대표팀은 9일 오전 대구로 떠나 파크호텔에 여장을 풀고는 오후 4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비공개로 마지막 전력점검을 실시한다.
/경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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