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가 맞나요?’잠깐의 나들이처럼 TV에 얼굴을 비치고 사라졌으나 예전 모습 그대로인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았다.
MBC 수목드라마 ‘로망스’(극본 배유미, 연출 이대영)에 출연중인 이건주(21). 1987년부터 4년간 MBC 일요아침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만물상 주인 임현식의 외동아들 ‘순돌이’로 사랑을 받았던 그 귀염둥이다.
통통하고 장난기 어린 얼굴은 여전하다.
“처음에는 친구1 아니면 친구2였을 거예요. 이제는 관우(김재원)와 원수 사이인 공장장 아들로, 우정과 원한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합니다. 엄청난 신분상승 아닌가요?”
원래 남자주인공 관우의 학교친구로 1회만 출연하도록 돼있었다. 서운했지만 진해에서 고교시절을 보내는 역할이어서 부산 출신 코디네이터에게 사투리를 배워가면서 몰입했다.
8회(5월30일 방송)부터 본격적으로 재등장한 이건주는 “6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연기를 하고 싶던 차에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있어서 얼른 붙잡았다”며 좋아한다.
96년 청소년드라마 ‘스타트’를 끝으로 호주로 유학을 떠났던 이건주. “왜 우리나라에서는 마음 편할 수 없는지”가 의문이었다.
2000년 귀국해 인터넷방송 웹자키 겸 PD로, 힙합그룹 ‘튠업’에 참가하면서 자유분방하게 살았다.
“대학 입학을 준비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어요. 일도 하고 싶고 연기도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둘 다 한꺼번에 해내기는 힘들 것 같고 대학을 꼭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노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아역 출신이 그렇듯 ‘순돌이’라는 게 족쇄였다.
“중학교때는 연예인이라는 걸 견디기 힘들었어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보아주질 않았고 친구도 없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방송 그만두면 될 거 아냐’가 그가 내렸던 결론. 하지만 6년 만에 돌아온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그는 달라졌다.
스태프에게 일일이 인사를 챙기고, 대사가 꼬이기라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른 대접을 해주셨어요. ‘건주씨’라고 불러주고, 담배를 숨어서 피지 않아도 되고.”
‘우리 아들’하며 챙겨주는 순돌이 엄마 박원숙이 함께 출연하는 것도 촬영장이 더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 요인.
성인연기자로 시작하는 또래의 출발선보다 한참 뒤에서부터 뛰어가야 한다는 핸디캡도 알고 있다. “‘순돌이 잘했네’보다는 ‘이건주 걔 연기 잘 하잖아’하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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