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가 아니라 월드컵 불황입니다.”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에서는 관광객이 오히려 줄자 “빨리 월드컵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탄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월드컵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마저 한국에서는 경기만 보고 관광은 태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즐기는 ‘W자형 관광’이 주류를 이뤄 업계를 더욱 울상짓게하고 있다.
3일 입국한 미국인 존스 봉골란(34)씨는 5일 미국 경기를 보고 다음날 태국으로 갔다가 10일 다시 한-미전을 관람하기 위해 입국할 예정이다. 봉골란씨는 “한국에는 마땅히 즐길 만한 관광지도 없고 비용도 태국에서 놀다가 오는 것이 더 저렴한 것 같아 태국관광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도 ‘월드컵경기 관람-동남아 관광’을 하나로 묶는 관광상품을 파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탑여행사 대표 윤정호(尹正鎬ㆍ45)씨는 “한국에서 2~3일 머문 외국인 중에는 동남아 관광으로 남은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며 “월드컵 특수를 대비해 여행가이드를 대거 채용하고 관광용 차량을 새로 준비했던 국내 여행업계가 입을 피해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 한국을 찾은 관광객수는 5일 현재 4만여명으로 예년에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항공사의 예약율도 더 떨어졌다. 이 때문에 ‘월드컵 특수’로 기대를 모았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호텔신라 등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원인을 ▦월드컵으로 인해 혼잡할 것을 우려한 일반 관광객들이 한국행을 회피하고 ▦그동안 해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관광객들이 공동개최로 발길을 끊었고 ▦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특수만 기대했지 외국인을 위한 관광인프라 마련에 게을렀던 당국의 무책임이 가장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벤트에 무작정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착각”이라며 “제주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외국인이 편하게 즐기고 돈을 쓸 관광상품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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