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의 관심 속에 4일 시작한 상원 법사위의 9ㆍ11 테러 관련 청문회 3일째인 6일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FBI 본부의 무능력과 태만을 폭로했던 콜린 로울리 미네소타 지부 요원이 출석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멀러 국장은 고개를 떨구었고, 로울리 요원은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로버트 멀러 국장-우리는 다르게 행동했어야 했다
9ㆍ11 테러 사전 정보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멀러 국장은 “FBI가 테러 정보를 다루는 데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고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전에 출석한 그는 “9ㆍ11 테러 전의 FBI 활동을 솔직하게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FBI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하고 “우리의 임무와 업무에 대한 우선 순위, 구조, 기술, 인력 모두가 다음 공격을 예방하는 데 맞춰져야 하며 이에 대한 의회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멀러 국장은 공개회의임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우리가 더 잘 했어야 한다는 것과 다르게 행동했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수차례나 자세를 낮추었다. 멀러 국장은 무려 5시간이나 계속된 질의 응답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FBI는 서류 위주의 기관으로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료화한 조직문화를 새롭게 변화시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멀러 국장은 9ㆍ11 테러 발생 1주일 전에 취임했다.
◆로울리 요원-FBI에는 9단계의 관료층이 존재한다
이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후에 출석한 콜린 로울리(47) 요원이었다. 변호사 출신인 로울리는 9ㆍ11 테러의 ‘20번째 납치 용의자’로 기소된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체포한 뒤 본부에 수사 확대를 요청했으나 본부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폭로함으로써 FBI의 부적절한 9ㆍ11 테러 대비 논란을 촉발한 인물이다. 그는 시종 일관 침착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가 된 동기와 배경을 설명했다.
네 자녀의 어머니인 로울리는 “내가 21년째 재직하고 있는 FBI에 대한 우려와 내 아이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FBI의 관료주의와 정보 부족을 지적하는 메모를 작성하기에 앞서 3일밤을 불면으로 지샜다고 밝혀 내부 고발을 결심하기까지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었음을 내비쳤다.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에 근무하는 고참 요원인 로울리는 “현장 요원들의 자발성을 질식시키는 관료주의가 날로 팽배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조직 내에는 무려 7단계에서 9단계까지의 관료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로울리는 무사위에 대한 가택수색 영장 신청을 본부가 거부한 과정을 설명하고 “무사위의 노트북 등을 사전에 검색했더라면 9ㆍ11 테러를 저지할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본부의 무사안일한 조치에 대한 분노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로울리 요원은 또 “내가 국장에게 보낸 서한이 폭로된 뒤 수많은 동료들로부터 이메일과 전화를 받았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일부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은 내부자(inner circle)로 편입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로울리 요원이 내부 고발자가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날 알렌 스펙터(공화)의원 등은 “로울리의 서한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며 “로울리 요원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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