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이었다.7일 일본 삿포로 돔구장에서 열린 숙적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F조 2차전은 축구의 진수를 보이며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복잡다단한 의미를 지닌 이 게임에선 세계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두 승부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골잡이 바티스투타나 오르테가는 잉글랜드 수비진의 대인마크를 뚫지 못하고 번번이 차단했다.
오직 마이클 오언만은 모든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종행무진으로 상대진영을 유린하며 원더보이다운 기량을 자랑했다.
▼전반
양 팀은 미드필더 주도권 장악을 위한 몸싸움과 신경전으로 격렬한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는 전반 12분 애슐리 콜의 왼쪽 발목을 걷어차 경고를 받았고 4분 뒤 애슐리 콜은 오르테가에게 온몸 태클로 앙갚음했다.
전반 중반까지는 아르헨티나가 미드필드를 장악했다. 아르헨티나는 5분께 오르테가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바티스투타의 헤딩슛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잉글랜드 문전을 위협했다. 잉글랜드는 베컴의 프리킥 등으로 맞섰고 두 팀은 긴장된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오언이 있었다. 스웨덴전에서 부진했던 오언은 이날 뛰어난 스피드로 왈테르 사무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두 세명의 수비수를 농락하며 상대 문전을 거침없이 휘저었다.
전반 44분 결정적 기회가 왔다. 오언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 아르헨티나의 포체티노가 발을 걸면서 페널티 킥이 선언됐다. 베컴이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차넣어 천금 같은 선취골을 얻었다.
▼후반
좀처럼 잉글랜드의 대인마크를 뚫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새로운 공격루트를 뚫기 위해 베론과 바티스투타를 빼고 파블로 아이마르와 에르난 크레스포를 투입했다.
베론을 대신한 플레이메이커 아이마르는 후반초 10여m를 드리블 한 뒤 중거리슛을 쏘았다.
반격에 나선 잉글랜드는 스콜스의 20m 논스톱 슈팅 등 후반 중반까지 공격을 주도하며 경기를 지배했고 아르헨티나는 번번이 수비수 애슐리 콜과 솔 캠블의 철저한 대인마크에 차단당해 만회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31분 얻은 코너킥찬스에서 포첸티노가 골문 오른쪽으로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선방에 막혀 동점기회를 놓쳤다. 종료 10분전 잉글랜드는 오언대신 수비수 브리지로 교체,굳히기에 들어갔고 홈구장을 방불케하는 잉글랜드 팬들의 함성이 삿포로에 울려퍼졌다.
삿포로=월드컵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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